오늘은 크리스마스의 어제이다
카페 안, 나의 뒷자리 너머로 시작을 바라는 여자의 목소리가 울린다 ‘다 줄 수 있어… 내 사랑 다 줄 수 있어!!’ 남자는 차분하게 뭔가를 말하는데 들리지 않는다 다시 여자가 힘 없는 목소리로 뭔가를 얘기한다 안 들린다 남자의 차분한 목소리가 확실하게 들렸다 ‘우리는 대화가 안 통해… 우리는 안 통해…’
내 앞의 남녀는 서재 같은 공간이다 다른 책에 비스듬히 기댄 책처럼 남자는 의자에 기대어 죽은 듯 자고 있다 아아 저 벌려진 입… 남자가 깨어나길 기다리는 여자는 컨닝하는 학생이 선생님 눈치보듯 그의 벌려진 입과 책을 번갈아 보았다 결국 그녀는 책을 닫아 탁자 위에 놓고, 자신을 남자의 무릎 위에 올려 놓고, 그를 깨우고, 그의 입을 닫았다 무릎 치면 올라가는 정강이처럼 남자의 손은 여자의 허리에 올라갔다 그들은 올라가는 정강이처럼 대화를 나누었다 여자 얼굴은 보름달 밑의 그림자 같았다 남자는 다시 입을 벌렸고 여자는 책을 폈다
서재 너머에 있는 남녀는 육아를 하고 있었다 애기보듯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애기 보듯 웃고 있었다 무엇을 보는지 모르겠으나 서로의 눈을 보지 않았음은 확실했다 서로의 눈을 보고 웃지 않았음은 확실했다
내일은 크리스마스가 아닌가 보다…
— 2105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