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는 할머니를 안고 있다
할머니의 유모차는 라면박스
몇 장 품고 있다 헤진 손잡이에
노끈 감아 상처 숨겨놨고, 여기저기
칭칭 감긴 전선으로 부서진 손목 발목을
메꿔 놨지만 자꾸만 덜그덕거린다
금 간 자국처럼 자꾸만 흔들리는
유모차에 아기는 보이지 않고
라면박스가 안겨져 있다 할머니의
굽은 등이 낡은 유모차에 기대어 있지만
실은 낡은 유모차가 굽은 등에 기대어
있는 건지도 모른다
세상 기댈 곳이라곤 할머니 밖에 없는 유모차는
한 때 애기 안고 거리를 달렸을 것인데,
한 때 예쁜 얼굴 가진 그녀였을 텐데…
이제는 할머니의 닳아버린 무릎같은 라면박스를 안고 있다
— 2015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