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다는 건 예측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정규분포로 설명되지도 않습니다
세상을 바꿔온 것은 모두 기존 이론과 모델로 말할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세상을 예측할 수 있다고 믿으며 이론과 모델로 설명하려 합니다
그리고 세상을 그 작은 모델 속으로 집어넣으려고 합니다
자신이 만든 모델이 세상을 설명해준다고 자신있게 말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자전거를 잘 타려면 그냥 타면 됩니다
몇 번 넘어지다보면 감각이 생기고 노하우가 생겨서 잘 타게 됩니다
그런데 요즘 세상은
학자들은 자전거 타기 매뉴얼을 만듭니다
위엄있는 교수들이 만들었으니, 학생들도 그 매뉴얼로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웁니다
넘어지면 안됩니다.
넘어진다는 것은 곧 실패니까요
정부는 복잡한 자전거 타기 규제법을 만듭니다
은행 1은 자전거에 넘어지지 않는 걸 전제로 한 금융 상품을 만듭니다
은행 2는 그 금융 상품에 대한 보험 상품을 만들어냅니다
이 때 갑자기 매뉴얼엔 없는 일이 생깁니다
길에 눈이 쌓인 겁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쨌든 눈은 왔고,
상황은 바뀌었습니다
그 동안 배웠던 이론이나 모델을 적용할 수가 없는 겁니다
경악을 합니다. 실패를 했으니까요
주변의 시선이 무섭습니다
안 넘어진다는 걸 조건으로 걸었던 은행들도 파산합니다
학생은 자기 자전거를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반면, 자전거를 처음부터 넘어지면서 몸으로 배운 사람은 눈이 와도 괜찮습니다
대충 감으로 페달을 조금씩 밟아가면 되기 때문이죠
넘어져도 괜찮습니다.
원래 넘어지면서 배웠거든요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시나요?
근데 세상의 경제와 금융은 그렇게 돌아가고 있답니다
책 <안티프래질>의 저자 나심 탈레브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는 경제학자와 금융 종사원들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부족하고 잘못된 이론을 외치며 돈을 벌고 있는데
잘 안됐을 때의 피해는 세금을 내는 서민들만 받기 때문이죠
학자, 공무원, 은행가는 결과가 어쨌든 잘만 먹고 삽니다
학자는 대충 '개정' 매뉴얼만 내면 됩니다. 매뉴얼은 다시 잘 팔립니다
공무원은 언제나 그랬듯 아무 탈이 없습니다. 퇴직하고나면 은행의 임원이 됩니다
파산할 것 같던 은행은 정부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고 다시 부활합니다
서민들만 넘어진 채로 세금을 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절대적인 이론이란 없습니다
2008년 금융 위기가 대표적이죠
이론과 모델만 믿다보면 불확실성에 취약해집니다
우리 삶도 비슷합니다
많은 어른들이 이렇게 저렇게 살아야 안정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경험 위에 직접 삶을 설계하지 않으면, 언제든 무너질 수 있습니다
불확실적인 변화에 대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fragile, 잘 깨지는 것입니다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씩 설계하면 악재에도 견딜 수 있습니다
이것이 robust, 강건함입니다
일상 속에서 일부러 다른 행동과 선택을 해보라고 합니다
여행도 계획하지 말고 그냥 마음가는대로 그 때 그 때 선택하라고 합니다
투자를 할 때는 극도로 안정적인 것과 극도로 위험한 것을 함께 하라고 합니다
'바벨 전략' 이라는거죠
학교나 이론에서 모든 걸 배우려 하지 말고
자신의 경험과 행동에서 천천히 알맹이를 만들라고 합니다
세상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더 강해지는 방법,
그것이 곧 안티 프래질(anti-fragile)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