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오늘이 동지라고 하는 데 나도 모르는 사이
벌써 겨울의 깊은 곳으로 찾아든 느낌입니다.
우이동 산길에는 단풍이 아름답게 나름대로는
서로의 고운 색을 자랑하는 듯이 화려합니다.
우이동 산길을 한 바퀴 돌아 걸어오는 기분은
걸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도 모를 것입니다.
옛날 어른들 동지에 붉은 색 나는 음식 팥죽을 끓여서
집안 곳곳에 뿌려 악귀를 몰아내었다고 합니다.
또 곧 닥아 오는 겨울 추위를 잘 이겨내라는 기원으로
가족들이 둘러앉아서 팥죽을 먹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영양가 많고 구수하여 맛도 좋은 팥죽을 가마솥에 가득 끓여서
이웃들과도 나누어 먹었던 그 시절이 그리운 사람들처럼
오늘 저녁에는 우리도 동지팥죽을 먹을 것 같습니다.
미신이나 특별한 종교를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행여나 모르는 사이 악귀가 집안에 있었다면 밀리 물러가고
가족들 모두 건강하게 이 겨울을 잘 지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가는 세월을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는 없지만
이왕에 가더라도 어른들은 바라는 것이 천천히 가기를
원하고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는 빠르기를 기대 합니다.
지난 오월에 태어난 손녀가 토실토실 자라서 벌써 육 개월
그동안 사람의 손에 딱 붙어 생활하면서 몰라보게 자랐습니다.
자라는 어린이들을 보면 기쁜 마음에 어서어서 자라기를 기원합니다.
우이동 둘레길 산길에서 만나 사람들 모두 즐거운 모습인 것처럼
열심히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즐거운 동지를 맞이하기를 기원합니다.
일 년 이십사절기 중에 동지가 오늘이었고 한해가 다 저물어
얼마 후면 새로운 해가 희망을 품고 높이 솟아오를 것입니다.
올해 동지 뜻있게 잘 맞이하고 모두 건강하게 겨울나기를 우리 모두를 위하여 기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