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은 목련꽃을 피워내고
군휴학이 끝난 그 다음 해 봄이었다 복학한 학교의 공대본관과 전기관 사이에 목련나무가 있었다 차가운 봄바람 막아주던 공대본관 건물의 구석쪽 가까운 곳에 심겨진 목련나무는 햇볕을 한몸에 받으며 다른 목련나무보다 일찍 봄을 맞이했다 어찌보면 목련나무가 자기의 꽃으로 건물의 한면을 일찍 덮어준 것처럼 보였다 그해 봄에 지나간 겨울의 뒤늦은 후회 같은 눈이 내렸다 봄에 내린 눈은 목련꽃을 떨어뜨렸다 그저 바라보았다 정확하게 얘기해서 일찍 피운 하얀 목련꽃을 부러워했고 눈 내리는 날 목련꽃이 떨어짐에 마음 아파했으며 늦게 핀 목련꽃을 보고 일찍 꽃을 떨어뜨린 나무를 비웃었다
감정을 가졌지만
감정을 가진 것이 아니었고,
나무가 꽃을 피우고 떨어뜨렸지만
나무가 한 일이 아니었는데
왜 그때는 몰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