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분주하게 옷을 찾아입고 계셨다.
주말인데도 어디를 가시려는 걸까.
"아빠, 어디 결혼식 가세요 ? "
아무리 물어도 바쁘신지 대답을 하지 않으신다.
"엄마, 아빠 어디 가시는 거에요?"
엄마도 집안일 때문이신지 얼버무리실뿐, 나도 어느덧 물어보기를 멈췄다.
그나저나 참 신기한 일이다.
몇주전까지만 해도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너무 아프셔서 응급실에 가서 산소호흡기에 기대 겨우 숨을 쉬는 모습을 보고, 병실에 드러서자 마자 나는 눈물이 터졌었다.
그런데 지금은 저렇게 건강해지시다니, 기적같은 일이라고 밖에.
그때 돌아가셨다면, 나는 정말 평생 후회하고 가슴 아파하며 살았을 것이다.
아버지가 입을 떼셨다
"고마운 사람들이 많은데, 아직 인사를 다 못했다"고.
그래, 아버지가 아프실 때 참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그건 아마 내가 존경하는 아버지의 인망, 인품 덕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급하신지 인사도 없이 나가셨고, 나는 컴퓨터를 할 생각이었는지, 나는 내방으로 향했다.
그러다 생각해보니 아버지가 어떻게 나으셨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마지막 아버지를 뵈었을 때.. 나는 화장터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급한 걸음으로 어머니께 달려가 이야기 하였다.
"엄마, 아빠가 어떻게 나으신거지 ? 그렇게 아프셨잖아. 어떻게 나으셨던 거야"
계속 얼버무리시는 어머니,
계속 추궁하는 나.
"엄마, 이거 꿈이지요 ? "
처음으로 단호하게 어머니가 이야기 하셨다.
"아니야, 무슨 꿈이야"
"엄마, 내 방 창문이 몇개야? "
참 우습게도, 그 순간 내 입에서 나오는 질문은 저정도 수준이었다...
하지만 우물쭈물 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나는 울음이 터졌다.
"엄마, 이거 꿈인거잖아. 아빠 돌아가셨잖아... "
이윽고 어머니도 눈물범벅이 되셨다...
"그렇게 아프셔도 살아만 있으셨으면 했는데, 이젠 안계신거잖아.. 그런거잖아 "
더이상 나는 내가 뭐라고 하는지 스스로 알지도 못한채, 가슴속 한을 토해내듯 이야기 하다가
꿈에서 깼다.
멍했지만, 알게 되었다..
지난번 꿈에서는 아빠를 만나자 마자 울음부터 터졌었는데, 바로 알았는데,,
이제는 좀 늦게 알아차렸다. 마치 일상처럼 평화로웠다.
조금씩 더 무뎌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잊혀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언젠간 알아차리더라도, 웃으며 아빠에게 잘 지내시냐고 묻는 내가 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