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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6. 일어나지 않은 이야기을 두려워 했습니다.
게시물ID : lovestory_800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
추천 : 6
조회수 : 42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10/24 03:19:22
오늘은 하루 종일 바쁜 날이었습니다.
 
아침 일어나자마자 PPT를 제작하고
 
끝마칠 쯤 알바를 가고
 
알바에서는 또 사람이 많아서 바쁘게 움직이고
 
끝나고 돌아와서는 PPT를 마무리 짓고.
 
 
그리고 나서 학교의 과제로서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읽었습니다.
 
참. 그저 교수님이 마음에 들었고 종교에 약간의 흥미가 있었을 뿐이지만 이번 학기의 가장 베스트 초이스가 되었습니다.
 
 
어찌되었든 4권을 읽고 있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친우가 죽은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이게 두려움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두려움을 갖게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는 것 뿐이죠.
 
 
당신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 소중히 여기는 누군가는 결국 죽습니다.
 
당연히 당신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단순히 완전히 모든 것에서 사라진다고 생각한다면 허망할지라도 그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의 마음 속에 자리 잡은 그가 사라진다면 차라리 그것이 더 좋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결국 제가 사랑했던, 존경했던 어찌되었던 마음 속에 자리 잡은 그들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들이 죽는다 할지라도. 
 
 
영원히 제 안에서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영원히 저는 그들과 함께 했던 기억들, 그 빛바랜 기억들을 영사기에 넣고 돌리며 보는 것입니다.
 
몇번이고 돌려 보지만 결국 그 곳에는 저 혼자 있는 것입니다.
 
같이 그 빛바랜 시간을 이야기하며 손을 잡고, 웃으며 함께 해줄 그 사람은
 
영원히 없는 것입니다.
 
영원히 저는 그들을 찾아 나서기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사라진다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렇게 잠깐, 아주 잠깐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라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들과 함께 한 시간이 빛바래서 불행이 행복이 되고, 고통이 경험이 되고, 아픔이 훈계가 된다 할지라도.
 
결국 그것은 저의 생각이고, 저의 추억입니다.
 
영원히 찾아 다니며 아파할지라도 그들과 웃었던 그 시간을 잊는 것보다는 아프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잃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올해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제가 사랑하는 사촌에게 있어서 적이었던 그는 저와 거리가 있었기에.
 
사실을 말하자면 저는 울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불효를 떠올리며 통곡할 때도.
 
결국 그는 사상도 시대도 가치도 저와는 극과 극이었기에.
 
 
어찌되었든 저는 아직 소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사유하며 끝없이 질문하면서 어느정도 다가갈 수는 있지만 결국 완전한 이해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일어나지 않은, 하지만 언젠가 일어날 이야기에 두려워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저는 결국 제가 해야할 일을 압니다.
 
당신도 알고 있을 겁니다.
 
지금.
 
지금 이 시간에 후회하지 않도록, 그들과 행복한 추억이 남도록.
 
지금 이 시간을 존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을.
 
 
당신은 어떤 하루를 보냈나요.
 
저처럼 생각에 잠긴 하루였을 수도.
 
아무런 일 없이 지나간 조용한 하루였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당신과 저에게 한마디 말해봅니다.
 
수고했어요.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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