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도(천사)가 가진 '테제'란 독일어로서 정립을 의미하며 또 다른 뜻으로는 정치적,사회적 운동에서 그 기본방침을 규정하는 강령이라는 뜻입니다.
먼저 첫번째 뜻인 '정립'을 테제의 해석으로 해보면 정립은 증명되어야 할 명제이며 변증법에서의 '正'에 해당하는 명제입니다. 사도가 지향하는 '正'이란 서드 임팩트이니 사도가 나타나는 이유, 궁극적인 목적이 모두 서드 임팩트의 개시이기 때문입니다. 그 명제가 증명되어야 한다면 결국 서드 임팩트의 '正'을 놓고 사도와 인간들 중 어느 쪽이 옳은지 증명해야 하는 것이죠.
이 증명 과정은 에바와 사도의 결투로 나타나고 두 번째 뜻으로 해석한다면 그 강령은 사도가 제시한 강령이 됩니다.
사도가 인간에게 제시한 강령은 서드임팩트. '잔혹한'이 수식하는 말을 '천사'로 보아도 그 테제는 서드임팩트이고 '테제'로 보아도 잔혹하다고 하였으니 결국은 서드임팩트입니다.
이 테제는 소년이 어른으로 날아오름에 있어서 넘어야 할 산인 것입니다. 이 가사의 위치가 '날개가 있다'와 '날아오른다'의 사이에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죠. [1절 끝나고 시작하는
殘酷(ざんこく)な 天使(てんし)の テ-ゼ 잔코쿠나 텐시노 테제
잔혹한 천사의 테제, 부분]
이 '테제'를 넘기 위해 소년은 잔혹한 천사처럼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일 것입니다.
"잔혹한 천사의 테제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 푸른 바람이 지금 가슴의 문을 두드려도 단지 나만을 보며 미소짓고 있는 당신. 살며시 닿는 것 찾는데 열중해서 운명조차 아직 모르는 천진한 눈동자. 그렇지만 언젠가는 깨닫겠지요. 그 등에는 먼 미래를 지향해 나갈 날개가 있다는 것을....."
자칫 놓치기 쉬웠던 것이 바로 이 '잔혹한 천사의 테제'의 노랫말이었다. 나의 전반부는 작가의 개입이 거의 없다는 가정을 무너지게 한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것이 바로 이 노랫말이었다.
'가슴의 문을 두드려도 단지 나만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당신'
이란 것 자체가 폐쇄적 상황에서 단지 에반게리온이라는 영상물을 통해 위안과 쾌락을 얻는 '오타쿠' 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리고 이 말에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반드시 오타쿠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안노 히데아키의 확신이 들어가 있는 셈이 된다. 안노, 그는 에반게리온 제작에 착수하던 그때 이미 오타쿠 문화를 면밀히 알고 있었다.
미소녀-거대 메카닉-밀리터리-동성애-미소년-미스테리적 요소-각종 페러디의 내용 구성인자 들의 모든것이 오타쿠 취향에 맞도록 설계 된 것이었다. 가사 중의 '살며시 닿는 것 찾는데 열중해서' 라는 말도 말초적인 것을 향유하려는 오타쿠의 습성을 나타내며 '운명조차 아직 모르는 천진한 눈동자' 역시 가상의 세계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 정말로 자신의 운명조차 생각해 보려 들지 않는 오타쿠의 현실 도피적 경향을 시사한다.
하지만 결국 안노 히데아키는 '오타쿠 자신은 자신이 지닌 미래와 그 미래를 지향할 날개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고 노래함으로서 자신이 보여줄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방향을 짐작 할 수 있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