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지난봄에 옛날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던
지인들과 모여서 고구마를 심었습니다.
동료 지인 중에 땅을 많이 가진 사람이 있어서
무료로 땅을 제공하고 퇴직자 현직자 모두 열 명이
오랜만에 만나서 서로 얼굴 보면서 고구마를 심었습니다.
농사일이 처음인 나는 갈아놓은 밭에서 하루 종일 비닐을 덮고
그 비닐을 흙으로 눌러 주고 그런 일들이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누군가 말하기를 도시에서 할 일 없으면
농촌에 가서 농사나 지어야지 라고 했다는데
농사는 어무나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농촌에도 때에 따른 약속이 있고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거나
시기를 놓치면 가을에 겨두어 들일 것이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행여나 귀찮거나 힘들다고 대충 해두면 금방은 알 수 없었지만
결실의 계절 가을이 되면 하늘이 실수에 대한 답을 줍니다.
올 여름에는 너무도 길게 더웠고 가물었기 때문에
예년에 비교하여 생산양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농사를 계속 지어온 전문가 이야기를 들으면
같은 땅에 같은 작물을 이어서 심으면 생산양이
떨어진다며 내년은 다른 작물을 심으라 했습니다.
봄에 심었던 고구마를 하루 종일 캐서 상자에 담아오면서
수확이라는 기쁨을 맛보고 기분이 즐거워짐을 알았습니다.
고구마를 즐기는 이웃에 조금씩 나누어 주어도
내년 봄 까지는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나간 길고 긴 세월동안 살아오면서 퇴직 후 고구마 농사짓고 또
이렇게 즐거운 마음이 될 것이라고는 한번 도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일 년에 두세 번 밭에 가는데 하루는 심고 하루는 풀 뽑고 가까이 살고 있는 동료가
남은 일이나 부족한 것은 수시로 처리해주어서 가을이 되면 고구마를 캐다가 먹습니다.
자연이 준 결실을 보면서 자연이 고맙고 이웃이 고맙고 동료들이 고맙다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