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60ㆍ구속기소)씨의 국정농단 사건에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연루됐다는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른바 ‘우병우 라인’으로 거론되는 검사들의 증거인멸 시도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갑작스레 휴대폰을 교체하는가 하면, 청와대에서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서들을 서둘러 파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28일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법무부 간부인 A씨는 이달 초 자신이 쓰던 휴대폰 기기를 변경했다. A씨는 평소 우 전 수석과 업무상 교류가 빈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폰에는 통화내역이나 문자 메시지, 카카오톡 대화 등 검찰 수사에 유용하게 활용되는 정보들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우 전 수석의 ‘흔적’을 지우려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우 전 수석의 자택 압수수색에 나선 시점이 이달 10일이어서 휴대폰을 교체한 시기가 미묘하다.
비슷한 시기, 수도권에 근무 중인 B 검사는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문서파쇄기를 이용해 다량의 문서들을 모조리 파기했다고 한다. 현 정부에서 청와대 파견 경험이 있는 그는 우 전 수석과 개인적으로도 가까운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정확히 어떤 문건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련 문서가 아니겠느냐”며 “우 전 수석이나 최씨 관련 내용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최근 들어 휴대폰을 바꾸거나 개인 이메일을 삭제하는 검사들이 부쩍 늘어났다는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우 전 수석과 친분이 두텁거나, 업무상 밀접한 관계였던 검찰 간부라는 것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 의혹 수사를 본격화하면 훨씬 더 많은 증거인멸 정황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검찰이 우 전 수석 본인뿐 아니라, 그의 주변 인사들에 대해서도 하루빨리 증거 확보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꼽히는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수사 절차를 훤히 꿰뚫고 있는 우 전 수석이 이미 치밀하게 방어 체계를 구축해 뒀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일 압수수색에서 검찰이 확보한 그의 휴대폰 2개도 최근 교체된, 사실상 ‘깡통 휴대폰’이나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