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아동보다 한국의 어른들에게 필요한 내용이네요
좋은 시민이 되는 15가지 방법
1. 선택한다는 것 인생은 선택의 순간들로 점철되어 있다. 말할 때와 침묵할 때, 거절할 때와 수락할 때, 떠날 때와 머무를 때를 선택해야 한다.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이냐’야말로 두 개의 사물을 항상 서로 분리시킨다. 선택이 너무 어렵거나 선택이 망설여질 때, 문제에 대한 해답이 서로 충돌할 때 그리고 무엇이 최선의 것인지를 알지 못하거나 선택 자체에 관심이 없을 때 우리는 흔히 선택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다. 말하자면 기권을 하는 것이다. 기권은 선택의 권리를 다음 순간을 위해 유보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부모를 비롯한 다른 사람에게 선택의 권리를 넘겨주는 때도 가끔 있는데 나의 선택이 아닌 그들의 선택은 거의 예외 없이 나에게 최악의 선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선택의 즐거움과 괴로움을 남에게 넘겨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2. 수락한다는 것 인생은 무엇을 수락하고 싶으나 수락하고자 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가 확실하지 않은 순간들로 점철되어 있다. 무엇을 수락하기 위해서는 수락할 그 무엇이 무엇인지가 확실해야 하며, 우리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며,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분명해야 한다. 그리고 친구들의 의견이 나의 의견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친구들에게 내가 수락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때로 우리의 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남에게 폐가 되지 않을까 해서 또는 명백한 일인데도 우리 자신이 너무 소심해서 무엇을 수락하지 못하는 때가 가끔 있다. 우리가 무엇을 수락해야 하며, 무엇을 수락하지 말아야 하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수락 이후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수락에 따른 미래가 행복할 것으로 느낀다면 과감하게 수락을 해야 한다.
3. 거절한다는 것 인생은 하고 싶지 않거나 자기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불분명한데도 타인으로부터 무엇을 끊임없이 요구받는 순간들로 점철되어 있다. 그런데 거절할 경우 우리는 위험해 빠질 수도 있다. 우리에게 수락을 요구하는 자가 위협적인 존재일 때 특히 그러하다. 그렇다고 해서 항상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살 수는 없으며, 따라서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이라면 이를 거절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무엇을 수락하고는 곧바로 후회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문제는 후회의 병을 얼마나 오랫동안 앓느냐에 달려 있다. ‘아니오’를 말할 수 있는 용기와 이에 따른 고통을 각오해야 한다. 그럴 용기가 없을 때는 평소 자기가 믿고 있는 사람에게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물어보아야 한다.
4. 지켜야 한다는 것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인생에는 우리의 선택범위를 벗어나고 있는 것들이 많다. 우선 우리의 의회 대표들이 투표로 제정한 법률들이 있다. 말하자면 어른들이 만든 법인데, 법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켜야 하는 것이다. 이런 법들을 사람들이 지키고 있는가 아닌가를 감시하기 위해 경찰이 있다. 그리고 법관들은 법을 어겼다고 경찰이 고발한 자들의 유죄와 무죄를 판결한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는 도둑질할 권리와 폭력을 행사할 권리가 없는 것이다. 만약 법이 없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가장 좋다고 여겨지는 것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경우 어느 누구든 이 같은 선택을 둘러싸고 옳고 그르고의 토론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선택 자체를 비난할 권리는 갖고 있지 못하다.
5. 관용한다는 것 인생에는 타자의 선택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와 다른 신을 믿는 사람들도 있다. 신이라고 해서 다 같은 신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어린이들도 무엇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또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관용한다는 것은 타인의 삶의 방식이 나의 그것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관용에는 반드시 한계가 있다.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를 토론할 수 있어야만 관용의 정신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토론 자체를 거부한다든가 폭력에 의존한다든가 무조건 강요를 하거나 암살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여기에 대한 관용은 무가치한 것이다.
6. 저항한다는 것 인생에는 흩어진 개인이 아니라 그룹을 지어야만 대처가 가능한 순간들이 있다. 어떤 그룹은 자기들의 신앙을 강요하기 위해 억압과 폭력을 행사한다. 또 가끔 있는 일이지만 사회가 병들었을 때 그 사회는 희생자를 찾아 나선다. 그 사회는 모든 잘못을 뒤집어씌우고자 하는 ‘희생양’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희생양을 찾아 나설 뿐만 아니라 희생양을 살해해서 제단에 바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이 같은 폭력 상황 아래에서 공공연한 저항은 아주 위험해질 때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저항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비밀리에 투쟁을 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귀중한 것은 공개적으로 저항하는 것이 어렵다고 해서 자기의 처음 견해를 꺾지 않는 일이다.
7. 뛰어든다는 것 인생에는 텔레비전 영화를 감상할 때처럼 구경꾼으로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는 순간들이 있다. 뛰어들어야 한다. 어떤 사람이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을 경우 혼자의 힘만으로는 여기에 뛰어들 수 없다면 어른들에게 달려가야 한다. 사고를 당한 사람이나 병든 사람이 구조 요청이 늦어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자주 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법은 ‘위험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을 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가끔 위험 상황 자체가 더 심각한 것인지 아니면 위험에 빠진 사람을 고통 속에 놓아두거나 죽게 내버려두는 것이 더 심각한 것인지를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8. 위험을 남에게 알린다는 것 인생에는 못 본 척 외면하고 넘어갔으면 하는 순간들이 있다. 친구가 부모에게 매를 맞거나 상급생이 하급생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것을 볼 때나 어른들이 그들 스스로는 하기 싫어하거나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아이들에게 대신 시키는 것을 볼 때가 그런 순간이다. 이럴 때 부모님이나 선생님과 같은 어른들에게 이를 알려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아주 큰일이다. 그리고 희생자가 두려움 때문에 지금 자기가 당하고 있는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알릴 경우 상황이 좋아지기보다 오히려 더 나빠지는 것은 아닌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9. 의심을 갖는다는 것 인생에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듣는 순간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저렇게 말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러던데’라고 전하는 말들이 있는데, 이때 누가 처음 ‘그러던데’의 말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느 누구도 아닐 수 있다. 이런 것들이 말하자면 루머인데 루머의 대부분은 사실상 거짓말일 때가 많다. ‘사람들이 그러던데’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일단 여기에 의심을 가져야 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루머에 대해 약간은 진실일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런 뜬소문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스스로 확인할 수 없는 것은 믿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10. 아는 것과 믿는 것 우리가 살아가다가 보면 아는 것과 믿는 것을 혼동할 때가 가끔 있다. 싸움도 그렇지만 어떤 사태를 목격하게 될 때 우리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사태의 처음을 보지 못했을 경우 우리는 누가 싸움을 먼저 걸었는지 상상을 하게 되고, 이 상상을 현실인 것처럼 믿게 된다. 자기가 믿는 것을 사실인 것처럼 확실하게 말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저널리스트들이 사건의 표면만을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널리스트들은 어떤 사건에 대해 논평을 하기 전에 먼저 진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확인하려고 한다.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아는 것과 믿는 것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잘 알지 못하면서도 믿는다고 할 때는 여기에 대해 의문을 가져야 한다.
11. 참여한다는 것 민주사회에서는 어른들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때가 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관계자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선거이고, 국민투표이다. 그리고 학교에서든 지방의회든 놀이시설이든 어린이들과 관계가 있는 계획이라면 어린이들의 의견을 모아야 할 때가 자주 있다. 이럴 경우 어린이들은 스스로 자기의견을 밝혀서 결정에 참여해야 한다. 생각은 조용하게 하고, 발언은 분명하고 높은 목소리로 해야 한다. 자기 의견이 중요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자기 의견을 밝히려고 하지 않거나 토론에 참여하지 않으려고 해서는 사물을 제대로 알 수가 없다.
12. 대화를 한다는 것 인생에는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것 이상으로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이 더욱 중요할 때가 있다. 남이 하는 말이 잘못된 것인지, 일리가 있는 것인지, 남의 말에 동의를 하고 있는지, 하고 있지 않은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만 한다. 그래야만 자기성찰이 가능하다. 남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여기에 응답하는 것이 대화이다. 대화를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의 일부를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의 잘못된 처음 생각을 수정할 수 있으며, 이렇게 함으로써 여러 사람들의 견해와 일치하는 문제의 해답을 구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혼자 말하는 것은 귀머거리의 대화이다.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고 혼자 떠드는 것은 공동의 결정을 내리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13. 자기 의견을 밝힌다는 것 인생에는 남의 말을 듣는 것 이상으로 자기 의견을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할 때가 있다. 가끔 우리는 남 앞에 나서는 것을 수줍어하거나 자기 의견을 밝히지 못하는 때가 있다. 또 나의 말이 어느 누구의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남의 말을 들어보면 남의 관심을 끄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남과 다른 의견을 분명하게 밝히면 되는 것이다. 나의 의견을 분명하게 밝힌다는 것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기 위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말하고자 하는 것이 머리 속에 분명하다면 말도 분명해지고, 남에게도 분명하게 목소리로 들린다. 자기 의견을 분명하게 밝힌다는 것은 우리 모두를 위해서도 아주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기 의견을 드러내 놓고 분명하게 밝혀라.
14. 자기 통제를 한다는 것 인생에는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의견을 완전히 달리할 때가 있다. 이때 우리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고함을 치며, 화를 내게 된다. 그리고 고약한 말을 입에 담게 되고, 자기 통제력을 잃어 곧바로 후회하게 될 말과 행동을 한다. 남으로 하여금 나를 존경하게 하고 싶다면 남을 존경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를 화나게 하는 통제되지 않는 반사 신경에 자동적으로 따라서는 안 된다. 남의 말이 나를 화나게 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통제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생각이 흐릿하지 않고 분명해야 한다. 그래야만 토론을 위한 쟁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자기 통제는 폭발보다 훨씬 더 큰 힘을 갖고 있다.
15. 항거한다는 것 인생에서 우리는 불의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개인도 불의의 희생자가 될 수 있고, 단체와 국가도 불의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내가 잘못 하지 않았는데도 잘못의 책임을 나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이 불의이다. 예를 들어 독재자나 전체주의 국가가 국민에게 강요하는 게임의 법칙이 그런 것들이다. 이럴 경우 우리는 정의를 위해 우리가 가진 모든 힘을 다해 불의에 항거하고 투쟁을 하며, 동맹자를 찾아 나설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내가 동의하지 않은 게임의 법칙이라고 하더라도 이 게임의 법칙이 사회 구성원 다수가 민주적으로 선택한 것이라면 그것은 불의가 아니라 단순한 의견의 차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