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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와 나의 마지막 날,
지하철 안의 그대는 내 옆에 있었다
내 옆에 앉아 내 어깨에 살짝 잠이 든 그대는
집으로 가는 내내 머리를 약간씩 떨구었다
당신의 이마에게 내 뺨을 빌려주었다
내 빰은 떨어지는 네 이마와 맞닿아 있었고
그대 집은 가까워지고 있었다
내 뺨을 스치는 그대 이마의 따뜻함과
올라오는 머리기름 냄새…
내 코는 그대의 냄새 오랫동안 잡고 싶어
마지막 정거장 직전까지 깨우질 못했다
넌 일어나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한 정거장 만큼의 말을 하지 않았다
마지막 인사도 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리고…
내 서운함은 신경쓰지 않아도 될 만큼
내가 원망스러웠나 보다
그대는 가고 나는 지하철에 남겨졌다
널 잡지도 못하고 바다 위
구멍난 배처럼 앉아 있었다
지금 이 헤어짐의 노래를 적는 지금
나는 그때의 지하철에서
이제는 내려야 한다
너의 따뜻한 냄새 맡던 나는
내려야한다
다만, 내가 잡고있던 너의 냄새와 따뜻함을
이 편지 안에 조심스레 접어서
옅은 미소처럼 그대에게 건네주고 싶다
너는 자느라 알 수 없었던
당신의 냄새와 따뜻함을
너가 읽어보았으면 싶다
— 2015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