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정설과 배치되는 방향의 대표적인 사례가 건국절을 주장한 것이다. 편찬기준은 “유엔의 결의에 따른 5·10 총선거를 통해 대한민국이 수립되고”(33쪽)라며 기존의 집필기준과는 달리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대한민국’수립으로 변경했다.
네트워크는 “지난 10여 년간 뉴라이트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1948년은 대한민국 건국 원년’이라는 이른바 ‘건국절’ 주장을 교과서에 반영하도록 한 것”이라며 “건국절 주장은 ‘뼛속까지 친미-친일’이라고 하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부터 노골화됐는데 박근혜 정부 들어 국정교과서에까지 실려 마침내 시민권을 획득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독립운동의 역할을 축소하는 표현도 발견됐다.
“(유의점) 광복은 연합국의 승리만으로 이루어진 타율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끊임없는 독립 운동의 결과임에 유의한다” (2015년 검정교과서) 이는 2015년 국정교과서에서 이렇게 변경된다. “(유의점) 8·15 광복은 우리 민족의 지속적인 독립 운동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이 승리한 결과임을 유의하여 서술한다.”
뉴라이트의 전형적인 주장도 등장했다.
“(유의점) 광복 이후 스탈린의 정부 수립지시에 따른 북조선 임시 인민위원회 설치 등 북한의 정권 수립 움직임이 대한민국 수립추진보다 먼저 있었음에 유의한다” 이 부분은 2015년 검정 집필기준에는 없던 내용으로 국정교과서에서 추가됐다. 이에 네트워크는 “북한이 먼저 정부를 수립하려 했으므로 분단의 책임은 소련과 북한에 있음을 부각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승만 미화와 박정희 찬양 표현도 있다.
정부는 “역대 정부를 서술할 경우에는 집필자의 주관적 평가를 배제하고 그 공과를 균형 있게 다루도록 유의하라”고 했는데 이에 네트워크는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한 긍정적 서술을 강화하라는 의도임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집필기준에는 이승만의 활동에 대해 ‘외교적 독립투쟁’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한다. 네트워크는 “대한민국 수립 초기 의무 교육과 문맹 퇴치 노력과 한미 상호 방위 조약 체결의 역사적 의미를 교과서에 집어넣으라고 한 것 등은 이승만을 미화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화 운동은 경제·사회 발전 과정에서 국민들의 자각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서술하라고 한 것에 대해 네트워크는 “박정희정권에 의한 산업화가 없었으면 민주화도 없었다는 뉴라이트식의 주장이 반영된 박정희 찬양사관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정희의 과오를 덮기 위한 고민의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네트워크는 “‘독재’라는 알기 쉬운 용어가 있음에도 ‘권위주의 정권의 장기집권에 따른 독재화’라는 학생들이 이해하기조차 힘든 표현을 쓴 것은 박정희 18년 독재를 어떻게든 감추고 싶은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신독재에 대해서는 아예 “유신 체제의 성립”만 언급했다. 예전의 검정교과서 집필기준에는 들어 있지 않던 “새마을 운동이 농촌근대화의 일환으로 추진됐고 이 운동이 최근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음에 유의하라”는 기준도 새로 제시했다. 경제 성장 관련 기준이 크게 늘어난 것 등도 편찬기준이 ‘박근혜에 의한 박정희를 위한 국정교과서’를 위해 마련된 것임을 확인한 것이라고 네트워크는 지적했다.
네트워크는 “‘건국절 사관’에 입각하여 이승만과 박정희 찬양을 위해 편찬한 국정역사교과서는 교학사교과서의 개정판이며 뉴라이트 역사관의 완결판”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