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퍼진 그 눈을 깜빡이며 애쓰는걸 보고부터였을까 나의 가증스러운 호기심과 주제도 모르고 갖던 연민이 호감 같은 야리꾸리한 것으로 바뀌었던 것이. 아마 두가지중 하나일 것이다 하나는 지쳐있고 울고있는 아이를 보면 왠지 모를 도움을 줘보고 싶고 안타깝게 느껴보며 자기 위안을 하는 그런 하찮은 동정심이거나, 만약 정말 저 여자가 순결을 아직 갖고 있다면 그걸 손대어 갖고 싶은 그런 한심한 남자의 탐이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며 같이 온 형의 몸은 연거푸 마신 술에 지쳐 잠이들고 점점 더 흘러 여자들의 시간이 끝나갈때즈음 그때서야 내눈엔 옆에 앉은 여자의 게슴츠레한 눈빛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시간이 다 되었다며 일어나 짐을 챙겨 새침한 척 나가려고 있었고 그 뒷모습을 본 야리꾸리한 호감의 여자는 이제 끝났구나 하는 안도의 눈빛을 띄며 따라 나서려는 듯 몸을 세웠다.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셨던 걸까 아니면 미쳤던 걸까 그 일어나는 모습에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한채 “잠시만 더 있다 가” 라는 말을 두서없게 던졌고 옆에서 투덜대던 여자는 끝까지 저 지랄이네 의 눈빛으로 화가 올라온다는 듯이 이를 물며 나갔다. 그 여자애는 특유의 연민을 부르는 눈빛으로“저요?” 라며 나를 살며시 바라봤고 나는 “이상한 얘기 하려는건 아니고 그냥 뭐 이냥저냥 심심하기도하고 잠시만 있다가 가” 라며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잠깐 머뭇거리다 차분하게 다시 자리에 앉은 모습을 보고 스스로 술기운에 이끌려 안심을 했던건지 아니면 시간이 얼마없다는 걸 생각했는지 “나는 너가 내 이상형 같다? 어떻게 들릴지 대충 짐작은 가지만 너한테 만나자고 하려는 것도 아니고 가끔 친한 오빠동생으로 얼굴이나 보자고.” 역시나 횡설수설이다. “연락처 주라 혹시 몰라 나중에 너 힘들 때 오빠가 큰 도움될지.” 예상했었던 ‘또 시작이네 어차피 차단할거니까 얼른 주고 벗어나야지’ 라는 그 가식적인 눈빛과는 다르게 왜인지모를 호의적인 눈빛으로 내 핸드폰을 슬며시 가져가 연락처를 찍어주었고 “저 이제 가볼게요 연락하세요~” 라며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꼴에 자존심은 있다고 나는 일어나는 그 애를 보며 “아냐 너가 먼저 연락 줘 심심할 때 연락 줘” 라며 “나중에 시간되면 보자 조심히 들어가” 라는 말로 그 시간의 끝을 마무리 지었다. 허전할 정도로 푹 꺼진 고요함 속에 뭔가에 홀린듯 멍 때리며 천장에 매달린 불깨진 조명을 바라보는 사이에 부석부석이며 몸을 일으킨 형은 아무것도 모른채 마사지나 받고 자자며 기지개를 피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나는 홀린 정신으로 길을 따라 나섰고 정신을 차렸을 때까지 핸드폰에는 아무런 소식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개운하지 못한 정신으로 마사지를 받으며 나는 야리꾸리한 호감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다 이내 아니다 싶었는지 슬며시 찾아온 피곤에 정신을 잃었다. 그렇게 하루가 다 끝난줄 알았다. 옆방에 찾아온 손님이 낸 웅성이는 소리에 슬며시 눈을 뜬 나는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머리위로 손을 허우적대며 핸드폰을 찾아 눈을 찡그리며 시간을 체크했다 5시 20분이다. 조금 더 잘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하게 다시 잠에 들으려는 찰나 문득 드는 생각에 핸드폰을 확인한 나는 기쁜건지 이럴줄 알았다는건지 이 둘 사이에 왔다갔다하는 애매한 미소를 띄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오빠 저는 집에 도착했어요 오늘 피곤하셨을텐데 푹 주무세요~” 라는 연락이 5시 21분을 가리키는 시간 밑에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거냐는 듯이 자리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