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이 국민의당을 뽑았기 때문에 책임져야 한다.
호남의 실수다.
호남이 나쁘다.
선거 직후에도 호남에 참 많은 비난이 쏟아졌죠.
호남에서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지도 못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버젓히 새누리를 뽑은 곳이 많음에도,
그런 곳에는 비난조차 하지 않고 말입니다.
저번 총선에 민주당이 한 명 당선되자 그곳을 민주화의 성지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죠.
다른 모든 지역의 사람들이 새누리당 의원으로 도배되었음에도 말입니다.
참 그 때 이래서 사람이 간사하다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번 돈을 주다가 한 번 못주면 나쁜 사람이고,
매번 때리다가 한 번 잘해주면 좋은 사람이고,
아닌가요?
매번 반새누리여서 소외받고, 불이익을 당해왔던 지역에서,
다른 선택을 한 겁니다.
정확히 말하면 처음으로 다른 선택을 할 기회가 왔던 거죠.
반새누리여서 새누리는 못 뽑으니, 매번 민주당만 뽑다가 말입니다.
저번 선거 자체가 국민의당이 선거운동도 호남에서 훨씬 열심히 했고,
썩은 놈들일망정 이름값 있는 애들이 조직력을 동원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이름도 모르는 애들이 당만 믿고 선거운동도 안했죠.
그래놓고도 민주당을 뽑으라구요?
호남에서 김부겸이 나왔으면, 표창원이 나왔으면, 양향자를 천정배 같이 거물급 말고 조금만 더 낮은 곳에 전략공천 했으면,
호남에서 안 뽑았겠습니까?
저는 총선 전부터 쌔했습니다.
총선 때, 여기저기 다닐 일이 있었는데 호남 어디를 가도 녹색 옷만 보였거든요.
애초에 호남은 친민주가 아니라 반새누리였습니다.
민주당이 예뻐서 표를 준 게 아니라, 새누리가 미워서 할 수 없이 덜 미운 놈 표를 준 거죠.
근데 덜 미운 놈이 배짱을 부리는데 어떻게 당선되겠습니까?
결과론적으로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많은 의석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비례를 보시면, 호남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많이 지원했죠.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비례의원수는 비슷해요.
애초에 호남 탓을 할 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고 만약 국민의당을 뽑아서 호남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
새누리당을 뽑은 지역은 더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요?
그게 이치에 맞겠죠.
지금껏 가장 새누리를 뽑지 않은 지역은 호남입니다.
다른 지역은 크던 작던 새누리를 호남보다 많이 뽑아왔죠.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건 국민의당인데, 호남에게까지 책임전가를 하신다면,
대통령을 뽑았던 지역들도 책임을 져야 공평하지 않겠습니까?
지역감정을 들먹이고 싶으시다면, 자기 지역부터 좀 돌아보고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호남을 깐다고 해도 정의는 이루어지지 않구요.
여기서 아무리 호남을 뭐라고 해도 그게 정권타도나 민주당 인기에 도움이 되지도 않습니다.
호남은 개인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모임이고, 그걸 누군가가 책임질 수도 없어요.
정 욕을 하고 싶다면, 새누리를 뽑은 콘트리트를 욕하듯이
차라리 국민의당 지지자를 욕해야 올바른 잣대입니다.
그런 잣대 없이 단순히 그 지역의 주민들이 조금 더 많이 뽑았다고, 그 지역 전체를 욕한다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일이며,
아무 도움도 안되는 지역감정 조장 글에 불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