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벽에 스티커 붙이는 것은, 법이 허용한 국민의 집회의 권리를 차벽 설치로 불법적 권리 침해하는 공권력에 대한 항의의 의사입니다.
합법적인 거리 행진을 불법적으로 차벽 설치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애초에 차벽에 스티커를 붙일 일이 없었습니다.
불쌍한 의무경찰의 수고를 덜기 위한 목적으로, 시민이 항의의 의사표현으로 붙여 놓은 스티커를 떼시고 싶다면 차라리 시위에 나오지 말아주세요. 차라리 시위에 나오지 않으시면 불쌍한 의무경찰이 이 추운 거리에 나올 일도 없고 시위에 대비하여 전술교육이나 정신교육을 받을 일도 없습니다. 불쌍한 의무경찰을 위한다면요.
하지만 우리가 가뜩이나 부족한 개인 여가 시간을 반납하고 시위에 나선 이유는 대의를 위해서가 아니겠습니까? 불합리하고 부당하고 부정부패에 곪아버린 정권을 몰아내고자 함이 아니겠습니까? 대의를 위해 작은 연민은 넣어두십시오. 그 연민이 부당한 공권력에 대한 것이라면 더욱 넣어두십시오.
부당한 정권을 몰아내야 하듯, 부당한 공권력도 몰아내야 합니다.
불쌍한 의경이요? 물론 불쌍하죠. 하지만 우리가 차벽에 스티커 붙이는 것이 불쌍한 의경 괴롭히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당한 공권력에 항의를 목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잘 떼지지도 않는 스티커 엉망으로 떼서 조각나버리면 더 떼기 힘들어요. 스티커 떼 보신 분들은 아실 듯. 그거 드라이기로 데워서 살살 떼야 온전히 잘 떼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