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내 이상형이었던 것 같다 눈은 똘망똘망하고 조금 고생한 피부가 흠이었지만 뭐 그래도이쁜 얼굴에 가려질 수 있는 정도였다. 우리는 술집에서 만났다. 남들이 흔히 떠들고 웃는 그런 술집이 아닌 웃음의 질과, 돈에 대한 잔인한 현실이 더 돋보이는 그런 술집말이다. 첫째는 호기심이었다. 아니 호기심이라고 하기도 거창한 그냥 궁금함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건너편에서 자기 자신은 이런일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마냥 부끄러운듯 술을 따르는 모습에 대한 가증스러움이 발전한 궁금함이었다. 둘째는 주제도 모르고 품은 연민이었다. 무슨 사연이 있을까? 뭐가 그렇게 급해서 자기 자신에 대한 치부를 이렇게 늘리는가? 하는 이런 안타까움이었다. 셋째는 내가 어릴 때 사회 형들이 얘기해준 남자들의 은밀한 얘기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술집 여자들은 외로움을 많이탄다.’ 로 시작되는 쓸데없는 남자들의 욕구에 대한 얘기들 말이다.
처음에는 평소와 같았다. 나는 여기에 오기 싫었고 나는 비싸고 가치있는 사람이다 라는걸 암묵적으로 보여주기위해 여자로부터 살짝 떨어져 앉았고 술도 따라주는 술이 아닌 나 스스로 직접 따라 마셨다. 평소라면 이런 유치한 행동들 후에 나는 살며시 다가가서 취한듯한 목소리로 여자들에게 슬쩍 다가가서 유치한 말로 열심히 홀렸을텐데 그날은 오히려 몸은 떨어진 채 눈이 건너편에 박혀서 떨어지지를 않았다. 물론 이때도 가증스러움이 발전한 궁금함이었을 뿐이다. 쳐다보는 내 눈빛은 아마 탁한 눈빛이었을거다. 그 탁한 눈빛으로 건너편에 앉은 그녀를 궁금해했다. 저 순진한 얼굴속엔 분명 상대를 뜯어먹으려는 뱀의 혀가 들어있을거다. 거의 확신을 했다. 그때는 왜 그런 생각을 갖은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 간사한 혀를 내 손으로 밝혀내고 싶었다. 그리고 고통을 주고 그 혀를 잘라내고 싶었다. 아마 나는 거기에 내가 지난날에 이성라는 것 때문에 받은 상처들을 치유받을 수 있을거란 착각을 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좀 짖궂은 말을 가볍게 던졌다. “마지막으로 몸으로 맺은 관계가 최근에 언제야?” 그러자 당황했다는 목소리와 그런걸 티내지 않으려는 얼굴로 “저 한번도 안해봤어요”라고 나지막하게 대답을 했다. 나는 그 대답에 딱 걸렸다는 생각으로 나는 똥을 찾은 개마냥 놀려대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와서 일하면서 그런 거짓말 하는 이유는 그나마 깨끗하니까 좀 이쁘게 봐달라는 말이야?” 라고 농을 던졌다. 여기선 여자는 남자가 하는 그 어떤 농담도 농담으로 받아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자 여자는 환한 미소를 띄며 얘기했다. “아 오빠 그런 말이 뭐예요 나 진짠데~ 그리고 이왕 봐줄거면 이쁘게 봐주면 좋지.” 라며 애교석인 목소리로 받아쳤다. 나는 웃으며 다같이 술잔을 맞대었고 그 아이는 잠시 화장실을 간다며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내 머릿속엔 그 아이가 돌아오면 장난치며 놀릴 거리들을 생각하며 실실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들린 화장실 옆에서 입을 막고 숨을 쉬듯 울고있는 그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다시 방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몇분 후 붉게 번진 눈을 하고 웃으면서 들어온 그 아이를 보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한심하고 초라해진 것만 같은 기분에 연거푸 술만 마실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