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의 일환으로 금요일에 연극을 한 편 보았습니다.
'알리바이 연대기'라는 제목만 듣고 추리극인줄 알았는데, 예상을 크게 빗나갔더군요
이 극은 한 연출가의 자전적 이야기인데, 박정희와 한 동네에 살던 아버지의 시대에서
전두환이 대통령이던 형의 시대,
전두환이 짧은 징역을 살던 '나'의 시대까지
아버지의 역사와 함께 흐른 국가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내용을 떠나 정말 재밌었어요... 구성도 신선했고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이 글의 제목이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었던 대사였어요
김세진, 이재호 열사의 추도식이 있던 서울대에서
문익환 목사의 추도사가 있던 중 한 사람이 분신하며 투신하자 극중 '나'의 형은 중앙도서관으로 몸을 피합니다
눈 앞에서 사람이 불탔으니 피할 만도 했겠죠
이 때, 형을 비롯한 중앙도서관의 사람들에게 한 학생이 소리칩니다
"밖에 사람이 죽었다, 싸우자!
아님 나와서 구경이라도 해라 이xx들아!"
얼마 전에 김세진, 이재호 열사의 추모식이 학교에서 있었습니다.
저는 강의때문에 참석하지 못했고, 사실 저희 학교가 모교라는 것 말고는 아는 것도 없었습니다
단지 이름과 학교에 있던 추모비만 알고 지냈을 뿐입니다...
작중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진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권력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독재라고...
그 앞에 떳떳하지 않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알리바이의 연대기가 바로 우리의 역사라고...
시기도 시기인지라 정말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먼 훗날, 우리는 투쟁의 이야기로 이 시대를 설명할까요?
아니면 또 다른 알리바이로 이 시대를 변명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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