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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독수리가 산양을 잡아,
칼 같은 절벽 밑으로 떨어뜨리는
섬뜩함 혹은 잔혹함은 지 새끼에 대한
애틋함을 닮아있었다
뱅글뱅글 돌며 떨어지던 산양은
아등바등하지 않고 조용하게
내려간다 분명히 살아있는데 허공을
가르는 발길질 단 한 번도 하지않고
나무토막같이 예의바르게 굳어있다
곧 닥쳐올 것에게 예의바른 산양은 허공 속에서
뱅글뱅글 돌기만 한다
곧게 뻗은 채로 굳어있던 다리는
한복 곱게 입은, 늙은 암환자의 미소를
닮아있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다리…
뱅글뱅글 돌며 추락하는,
아니 천천히 내려가는 산양은 날개가
있었지만 두 번 다시 날아오르지 않았다
저기 하늘에 서슬 퍼런
큰 칼 하나 박아 넣고 싶다
— 2016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