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경]파헤치다
-우리 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묻지 말아 주세요. 제 동생은 충분히 고통받고 있으니까요.”
“난 고통을 주고 싶어서 묻는 게 아니야.”
“저희도 그렇게 믿고 싶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를 생각해 보셨나요? 같은 방에서 지내야 하는 사람이 경멸의 눈빛으로 제 동생을 보게 하고 싶지 않아요.”
“내가 그럴 리가…… 좋아. 더 묻지 않을게. 하지만 나도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이해해주려고 했지만, 더 이상은 가만히 두고 보지 못하겠어. 이건 너희 자매가 왜 그런 대우를 받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있지만, 내가 속한 조가 왜 그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 지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야. 그러니깐 내가 이 일을 캐고 다녀도 방해는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그건 사고였어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제 동생을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의 방-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지?”
“물론. 나는 여기 최고 책임자인데. 내가 모르는 일이 벌어진다면 곤란한 판단을 해야 하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단순한 사고였어. 지현의 능력이 뭔지는 알고 있지?”
“알고 있지. 같이 교육받았으니깐.”
“혼자서 날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어. 문제는 함께 날 때 문제가 생겼어.”
“함께? 함께 나는 것도 가능했어?”
“보고받은 기억이 있어. 그녀는 혼자 나는 것뿐만 아니라 함께 나는 것도 가능했어. 물론 날 때 상대방의 행동에 제약이 생기긴 하지만, 단순한 이동이 목적이라면 큰 문제는 없었을 거야.”
“혹시 사고라는 게? 이동 중에 생긴 거야?”
“응. 추락이었어. 문제는 합동훈련을 받던 동료가 떨어져서 죽었어. 그녀의 언니는 이 일이 사고라고 받아들였지만, 그 외의 사람들은 그녀를 의심했어. 그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한 번도 사고가 일어난 적이 없었거든. 그리고 훈련하기 전에 사고당한 교육생이랑 문제가 있었던 거 같아.”
“무슨 문제?”
“글쎄. 사적인 일이라서 잘은 모르겠는데. 얼핏 듣기로는 교육생이 주현이한테 귀찮게 했던 거 같긴 한데.”
“서로 만날 수 없었을 텐데?”
“교육 관은 참회 관만큼 빡빡하지 않으니깐. 마음만 먹는다면 다른 조원과의 교류 정도는.”
“대충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녀가 떨어뜨렸다고 생각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네 생각을 알고 싶은 거야. 네가 아는 지현이는 떨어뜨렸을 거 같아?”
“무슨 소리야? 나도 그 자매에 대해서 잘 몰라.”
“같이 생활하다 보면 느낌이라는 게 있잖아. 너라면 나보다 가까이에서 봤으니깐 잘 알 것 같아서.”
“아니. 내 느낌으로는 아니야. 그런데 왜 이런 걸 묻는지 모르겠는데?”
“나에게 올라온 보고서는 큰 문제가 없었어. 그냥 느낌이 이상해서.”
“느낌이 이상하다니?”
“그녀에게 떠넘기는 느낌이랄까? 서둘러서 상황을 종결시키는 느낌이었어.”
“나도 느꼈어.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지?”
“아직 확실해진 건 아니야. 그러니깐 섣불리 단정 지을 수는 없어. 그래서 이번 일을 좀 캐내고 싶은데…… 좀 도와줄 수 있겠어?”
“도와달라니? 어떻게?”
“네 능력을 이용하면 어렵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