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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에 어느 한 스파게티집 이라고 했다
게시물ID : lovestory_796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이브릭스
추천 : 11
조회수 : 928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16/09/10 02:40:41

신촌에 어느 한 스파게티집 이라고 했다

한 평생을 가난하게 살아온 그 남자가

한 평생을 남부럽지 않게 살아온 초록 폴라티 입은 여자의 고백을 받았던 곳이

남자네 집은 돈이 없었다

아버지는 평생 산림감시원과 일용직과 경비를 전전하며 성실하게 일해왔지만

손에 쥔 돈은 한 아내와 일곱 자식를 먹여 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기에 어머니는 늘 사상구 어느 시장 귀퉁이에서 장사를 이어갔고

아이 들은 그렇게 동생들의 아빠가 되고 엄마가 되며

서로가 서로를 길러 갔다

중학교 내내 마음을 잡지못하고 쌈박질을 일삼던 남자는

어머니가 없는 돈으로 비싼 안경을 맞춰 주던날

다시 보게된 새로운 세상에서 마음을 잡았다

고등학교에 올라오던 날 남자는 가난의 고리를 끊어 내겠다는 결심을 했고

집에 방이 없어 거실겸 안방에서 첫장을 펼쳤다

위 형제는 밑 누이 할것없이 깔깔거리며 놀고웃는 공간에서

남자는 어머니 다 터지고 부르터진 손을 생각하며 공부에 매진했다

방학때는 매일 같이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혼자 자신과 싸우고 더위와 추위와 싸우던 남자는

고등학교 3학년때 원서대신 공장 이력서를 아버지에게 받았다

그리고 그날 남자는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대들었다

기세좋게 지원한 대학은 보기좋게 낙방

남자는 다시 책장을 폈다

남들 다 다니던 재수 종합학원이 그렇게 가고싶어

아침마다 인력시장을 뛰었던 남자는

구깃주깃 모아둔 돈봉투에 저금을 했고

마침내 원장과 이야기를 끝내고 돈만내면 되던 그 순간

왜 어머니의 시린허리가 마음에 걸렸을까 

모든 돈을 어머니를 위해 썼던 효자는

집으로 돌아와 다시 혼자서 정석책을 폈다

그리고 두번째도 보기 좋게 낙방

그럼에도 삼수를 결정한 남자는 

가난하고 가난했던 자신의 집이아닌

자신의 정신상태를 탓하며

부산에서 누나와 자형이있는 울산까지를 걸어서 왕복했다

작년의 사정을한 따뜻한 학원원장은

학원의 잡다한 용무를 맡기며 남자에게 교실 맨앞자리를 제공했다

그리고 대학에 합격한 남자는

언젠가 우리가족이 모두 비좁음 없이 발뻗고 잘수있는 집을 만들고 싶다며

토목공학과에 지원한다

나무 목 흙 토 

이 두글자가 토목이라고 굳게 믿었던 남자는

이 학과에서는 한옥을 짓겠구나 굳게 믿었고

첫 수업 교수님이 던져준 부산항 설계도에 그렇게 놀랐단다

대학을 다니며 남들 다 젊음을 즐길때 

혼자 인력시장을 뛰며 막노동을 했던 대학생은

1000만원 이라는 큰돈을 만들어 가족에게 건냈고

그렇게 더 큰집으로 옮겨 두발 다뻗고 자는 가족으로 보며

울고 웃던 사람이었다

군대를 가고 

잘 알지 못해 고른 토목공학 전공으로 

공기업에 취직해 자리를 잡은 남자가 

평생 연애 경험 한번 없이 선을 보러 갔을때

여자는

가난한 남자가 겨울 내내 입어 

다 해진 코트를 보며

이 남자 코트속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아 챘고

그렇게 남자는 12번의 선자리에서 차이고 13번째 선자리에서

평생을 함께할 사람을 만났다 

선자리 2년후

신촌에 어느 한 스파게티집 이라고 했다

한 평생을 가난하게 살아온 그 남자가

한 평생을 남부럽지 않게 살아온 초록 폴라티 입은 여자의 고백을 받았던 곳이

그렇게 여자는 대뜸 결혼하자며 신랑이 될 사람에게 고백했고

그 남자는 내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나와 함께 어머니가 만든 저녁을 드시고

지금 안방에서 숙면을 취하시고 있다

출처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pds&number=626369&comment_number=74269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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