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카의 부끄러움
내가 대학생일 때, 남문시장 앞에서 장사해보겠다고 리어카에서 생과일 주스를 팔겠다고 하시던 엄마 하지만 부끄럼 많던 엄마는 네댓 번 정도만 나가시었다 가족들이 모두 나가서 지나가던 어린 학생들에게 어르신들에게 마셔보라고 호객하던 날에 수줍음 많던 엄마는 리어카 좌판대 뒤로 숨으셔서 내내 부끄러워 하셨다 나는 엄마가 부끄러웠지만 엄마는 ‘아들이 부끄러워 하던 엄마’를 부끄러워 하였다 나는 그런 엄마를 부끄러워했던 호로새끼였다 며칠 후에 부끄럼 많던 리어카에 천막을 얹고 꽁꽁 싸매었지만, 우리 엄마의 부끄러움은 가릴 천막조차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