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 가운데서 진한 이름을
남기던 사루비아가 있었다 매일
그 꽃 옆에 서서 달콤하고 붉은 냄새를
감싸 안고 있었다
늦은 봄, 남은 손가락들은 작년의
사루비아에게 편지를 보냈지만, 읽었어도
수신하지 않은 편지는 되돌아오는 법…
뚜껑없는 수성펜,
그 펜으로 너에게 나를 적었나 보다
한 때의 새벽 어스름처럼 적었나 보다
그 펜처럼 나의 꽃은 희미했나 보다
너는 나에게 여름을 주었으나,
나는 너에게 찐한 꽃 하나 주지 않았나 보다
— 20151123
출처 | 나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