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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로 가서 노트북을 폈다
어제 밤 불러내어,
아직도 떠나지 못한 여자의 나체를
노트북은 선명하게 기억해냈다
도둑질 하듯이 접고는, 화면에 우두커니
서있던 그것을 누가 봤을까 카페 중심에
우뚝 솟은 기둥을 누가 보았을까
개구리처럼 잔뜩 움츠려 있었다
카페 안 사람들의 모든 조용함과
모든 웃음은 나체의 여인을
불러온 나를 향하는 것 같았다
미쳐 꺼지지 못한 어젯밤의 자위는
오늘의 내가 싸질러버린 실수,
이제,
요전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꾸었던
악몽은 잊혀지고, 노트북으로 꾸었던
악몽만이 남아있다
— 20160228
출처 | 읽히지 않은 시의 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