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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책방 글
게시물ID : lovestory_659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디기딕디기딕
추천 : 1
조회수 : 34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5/07 09:03:20
나무와 나무,
너무 가까이 심어 놓은 두그루는 잘자라지 못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늘을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죠.
그 그늘 아래서는 다른 풀들 역시 성글고, 창백합니다.
그러고보면 숲을 이루는 것들은 나무들만이 아닙니다.
나무와 나무의 사이, 그 빈 곳이야 말로
풍성한 숲을 만드는데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을 헐렁한 겨울 숲이 보여주죠.
사람이야 말로 사이의 존재입니다. 인간은 사람과 사람 사이 때문에 인간이라고 하고요.
그... 인간이 던져진 공간과 시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세간이라는 말은 모두 사이 간(間)저거 들어있습니다.
그건 아마도 사이라는 말이 인간의 실존에 필연적 조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이가 없다면 우리의 손이 어디에서 만날까요?
사이가 없다면 당신의 눈동자 속에 비친 내모습을 어떻게 볼까요.
사이가 좋다는 말은 단지 서로가 정답고 친하다는 말이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오히려 '적당한 거리를 마련할 줄 아는 관계'라는 뜻일 수 도 있겠죠.
태양과의 절묘한 거리때문에 이 지구에 꽃이 피는 것처럼 말이죠.
 
-팟캐스트,<빨간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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