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개혁공천 세월호와 같이 침몰하나?
“지역국회의원이 후보 이미 점찍어 놨다. 후보 면접은 형식적이다” 개혁은 바다속으로
온 나라가 초상집이다. 도심 곳곳마다 노란 리본이 바람에 휘날린다. 정부의 우유부단한 대처 탓에 구조 작업을 했다하기도 민망한 시간이 흘렀다. 어린 것들의 생떼같은 목숨이 물속에서 끊어지는 동안 오천만 국민의 애간장이 녹아들어갔다. 딸 같고 형 같으며, 손주 같은 목숨들이 몇 센티 철판을 벗어나지 못해 죽어간다는 사실이 비통했다.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 종종 세월호와 관련해 기사를 읽고서 눈물짓는 이들도 있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침몰한 배 속에 갇힌 아이들에 쏠려있는 새, 6.4 지방선거 정국은 자꾸만 다가온다. 참사에 대해 비분강개하고 애통하는 국민들 앞에 정치권은 함부로 선거 관련 말을 꺼내지 않는다. 섣불리 입을 열었다간 어떤 화를 입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그런데 요즘 새정치민주연합의 행보가 수상하다. 개혁 공천하겠다고 호언장담한 일이 엊그제 같은데, 돌아가는 판도가 개혁과는 영 거리가 멀다. 단체장 공천 심사를 위해 15명의 심사관을 두고 후보 면접을 진행한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사실 이미 공천 받을 사람이 정해졌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새정치민주연합의 새정치추진 모임 회원(안철수 새정치아카데미 출신들의 모임)들이 공정한 공천심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번 서울시당의 공천 파행을 보듯 구태에 찌든 작태를 변함없이 보이고 있다”며 “새정치의 창당과 합당정신에 반하는 서울시장 공천심사 중단과 국회의원 본인 지역구 공천 관여를 금지하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공정한 공천과 공천 과정의 투명성 담보를 위해 심사위원들의 점수를 종합점수로 합산해 공개할 것” 등을 주문했다.
새정연 서울시당은 지난 달 13일 오영식 이계안 위원장을 비롯 이목희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개혁공천에 대한 의지를 강력히 천명했었다.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개혁공천의 방향을 밝혔다. 그 첫 번째가 엄격한 기준과 원칙, 민주적 경선 등을 통해 당의 정체성에 부합하고 능력과 자질, 도덕성을 갖춘 최적, 최강의 후보를 공천할 것. 둘째 현역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등에 대해서는 다면평가 등 별도의 평가를 통해 20% 이상 교체하는 방안의 도입을 적극 추진할 것 등이다.
다면평가의 일환으로 지난 25일~27일까지 서울시당은 구청장 후보자 합동면접을 실시했다.
그러나 면접심사가 끝나자 마자 면접은 그저 국민 앞에 보이기 위한 형식적, 쇼일 뿐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면접심사과정에서 새정치연합출신 관리위원들이 현역의원이 포함된 민주당 출신 관리위원들의 면접 방식에 불만을 품고 심사장을 박차고 나간 일은 그 시작에 불과했다. 면접심사의 비중을 높여야한다는 새정치연합출신 관리위원들은 심도 있는 질문을 통해 후보 간 차별화를 해야 한다는 반면, 민주당 출신 관리위원들은 면접심사에 큰 비중을 두지 않겠다는 입장 차이를 두고 불거져 나온 갈등만 봐도 이를 증명한다.
더구나 구청장 후보 면접 후 서울의 한 지역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는 그저 떠도는 말이 아님을 실감케 한다. 그 지역의 현역 단체장 A씨와 함께 후보 면접을 가진 한 후보자가 A씨의 면접에 임하는 자세가 형편없었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녔다.
그 말을 접한 현역단체장 A씨 측은“어차피 면접은 형식이고 지역 국회의원들이 밀고 있기에 면접은 후보 선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라고 했다.
이 A구청장은 지난 2006년에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 50만원을 선고받아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에서 출당된 인물로 이후 민주당으로 말을 갈아타고 민주당 옷을 입고 재당선 된 후보다.
앞서 새정연은 중앙당 차원에서 당헌을 개정해서 기초자치단체장 후보자 자격심사위를 구성해 배제사유에 대해 밝힌바 있다. 선거관련 사범은 배제사유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국회의원 또한 어떠한 경우에도 공천에 개입할 수 없으며 현역의원의 정치적 기득권은 결코 보호받을 수 없다며 철저하게 선을 그었다.
당 지도부도 그동안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개혁공천 의지를 피력했었다.
지난 달 16일 안철수 대표가 고전의 한 구절을 인용해 밀실공천에 대한 경계를 한 부분이 눈에 띈다. 그는 “남이 보지 않는 곳과 듣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한다” 며 “좋은 후보를 가려내기 위한 객관적인 원칙과 기준을 세워서 깨끗한 후보, 능력 있는 후보, 지역주민을 위해 헌신할 후보를 국민 앞에 보여드려야 할 것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한길 대표 또한 “민생의 파수꾼인 지방정부의 단체장과 의원들을 제대로 뽑아서 민생의 보루를 지키는 선거가 돼야 할 것”이라며 개혁공천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럼에도 이런 잡음들이 쉴새없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의 개혁공천을 의심케 한다.
20% 물갈이를 외쳐놓고 대형참사 앞에 충격을 받은 국민의 시선이 전부 그쪽으로 돌아간 사이, ‘개혁공천’ 명분 아래 안일하고 형식적인 물갈이 흉내로 살그머니 물타기를 하려는 속셈이 곧곧에서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공천결격사유가 현저해도 심사위원 2/3의 동의가 있을 시 예외를 인정키로 하는 등 모호한 심사기준부터가 그런 혐의를 비켜갈 수 없는 부분이다.
지금 국민들이 공분하고 있는 세월호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결탁에 있다. 결탁의 연속이 많고 많은 묵인과, 안전 검수의 부재와, 대형 참사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보이지 않는 결탁을 국민들이 묵인하면, 6월의 선거정국에 그들이 어떤 식으로 빠져나올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열다섯 명씩이나 되는 면접관으로 공천 심사를 해, 20% 물갈이를 하겠다는 초기의 목소리는 어느새 쑥 들어가고 있다. 침몰한 세월호 정국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니, 굳이 관심 없는 국민 앞에 투명함을 보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탓이다. 물갈이가 아닌 물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 앞에 새정치를 펼치고, 그것을 위해 공정한 심사를 거친 뒤 공천을 주는 ‘개혁공천’을 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이 여당과 다를 것이 어디 있겠는가? 국민 몰래 하는 물타기가 아닌 국민이 보는 앞에서 20% 물갈이를 공정히 시행해야 할 일이다.
한편 이번 서울시당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 15명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위원장 목희국회의원(금천구) 위원 강연재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대변인)/권병진 법무법인 신아 파트너변호사/ 김영주 국회의원(영등포구갑)/김태일 노동정치연대포럼 대표/ 박인복 前청와대비서실 춘추관장/ 서영교 국회의원(중랑구갑)/안규백국회의원(동대문갑)/임세은 MBC 100분토론 시민패널/ 정태호前민주당 관악을지역위원장/고용진 前 민주당노원갑지역위원장/최 민사회적협동조합 이우 이사/ 허동준 前 민주당동작을지역위원장/ 허활석 정책네트워크 내일 기획위원/ 홍훈희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