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녁.
역근처를 걸어가고 있는데
저 멀리서 나를 뚫어지게 보며 다가오는 아줌마가 보였어.
검정 단말머리. 겨드랑이에 껴넣은 서류가방. 의지에 찬 다문 입술
가까워지면서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
이제 곧 내 앞을 막아서며 '도'에 대해 물어오겠지.
나도 아줌마의 두 눈을 마주보며 빠르게 걸어갔어.
그래. 말해. 말해봐. 도에 대해 말해 보자. 나 시간많아.
나의 의지가 동공을 통해 아줌마의 뇌리에 도달한 순간.
드디어 아줌마와 마주쳤어.
"인상이 참 좋으세요"
한마디 뱉고 아줌마는 지나갔어. 빠르게 빠르게..
아줌마의 뒷모습은 보지 않았어.
난 이겼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