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끝나서는 안될 마라톤을 시작했습니다.
올해 68세 되신 아버지께서 췌장암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절대로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는 의사선생님의 바지자락을 붙들고 매달려도
더 이상 손을 댈 수도 없고 수술조차 할 수 없다는 그 말에 스스로 무너지지 않으려 무진 애썼습니다.
항암치료를 받으셨던 게 오히려 독이 되어, 그나마 가까스로 살아있던 신장기능 마저 마비되어 요독이 전신을 침범, 흡사 치매에 걸리
신 듯 변해버린 아버지 앞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늘 남산 위 소나무처럼 제 앞을 지키고 서서 우리 가정의 모진 풍파를 다 막아주셨던 아버지가 이토록 노쇠하셨을 거라 생각치도 못했
습니다.
이제는 보내드리라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는 말에 부랴부랴 고향으로 내려왔지만, 이대로는 죽을 수 없다는 듯이 아버지는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신장 기능이 미약하게나마 살아났고, 그로 인해 이어진 치료로 의식은 되찾으셨습니다.
면역 수치도 어느정도 올라왔고 신장 기능도 조금 살아있어 다행이라고 합니다.
어딜 가보고 싶으시냐는 물음에 울산 문수공원이 가고싶다시는 아버지 손을 꼭 잡고, 이번 주 토요일에 가자고, 꼭 가자고, 아버지 어머니
아들 며느리 손 잡고 도시락 싸들고 가자고, 아버지와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했습니다.
1년 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혼이라도 팔겠습니다. 무슨 짓이라도 하겠습니다. 이제와 후회하는 제 모습이 너무나 비참하고 싫습니다.
기적이 있다면, 제발 일어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가족 중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가장이 된 몸으로, 차마 어머니와 아내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 보이지 못하고 이렇게 방에 혼자 앉아 입을
틀어막고 통곡합니다.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서나마 제 마음을 털어놔봅니다.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