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긴글/셀프위안] 당신의 오늘은 행복한 하루였나요?
게시물ID : lovestory_794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분노조절잘해
추천 : 11
조회수 : 741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8/18 19:48:47
옵션
  • 창작글

제목 그대로, 당신의 오늘은 행복한 하루였나요?



저는 제 인생 중 최고로 우울한 시기를 보내는 중이에요.

해봐야 30년도 못 살아본 주제에 이런 말 하는 게 듣기 우스우실 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제가 참 우울증 없이 살 수 있는, 스트레스에 강한 담담한 성격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더라구요.



하고 싶었던 일을 계속 꿈꾸기에는 현실이 냉혹했고,

또 한 번의 이별을 겪어야 했고,

앞으로 뭘 하면서 살아야 할까 걱정과 고민으로 계속 마음은 마모되면서도,

그럼에도 속절없이 시간은 잘 흘러가더라구요. 야속하리만큼.



사흘 전인가 친구 모임이 있었어요. 정말 한 동안 친구도 못 보고, 정확히는 제 자격지심 때문에 연락도 안 한 거지만 아무튼 

오랜만에 만난 중학교 동창 친구들. 그 중 한 여자사람친구가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많이 부러웠어요. 친구 얼굴에서 빛이 나더라구요. 반면에 제 주위는 무채색처럼 색이 바라는 것 같았구요.

간만에 만나 서로 안부를 물으며 반갑게 만나고 헤어졌지만 맘은 그다지 가볍지 않았어요.



학창 시절에 난 그래도 괜찮은 놈이었고, 인기도 꽤 있었는데. 뭘 해도 자신이 있었는데.

십 몇 년이 지난 지금에 난 왜 이리 초라해져 있을까. 

마치 추운 겨울날, 단란한 가정집의 식사를 창문께로 보고 있는 성냥팔이소녀 같은 기분이더라구요.



사는 게 참 재미가 없다 싶어요, 요즘.

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 하지. 그냥 다 놓고 싶단 생각도 가끔 해요.

공부를 마치고 돌아갈 때가 되니 맥이 풀려서 인터넷을 켰어요. 

IMG_1942.PNG


사는 게 재미가 없다는 말을 검색해보려고 '사는게'까지만 타자를 눌렀는데 연관검색어가...

적어도 나 뿐만이 이런 고민을 하는 건 아니구나 하는 뜻모를 위안감을 받았어요. 웃기죠? 

다들 힘들어서 저런 검색을 하고 그게 빈도수가 많으니 저렇게 연관 검색어로 남아있는 건데 말이에요.

그런데 전 마치 지구에서 나 혼자만 있는 것 같았거든요.



맞아요, 생각해보면 그 모임에서도 즐거운 이야기만 했던 건 아니에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조만간 퇴직을 한다는 친구 이야기도 있었고,

몇 년간 공무원 준비를 했다가 붙었는데 갑자기 아프게 되어서 결국 포기한 친구도 있었어요.

누군가와 아프게 이별한 이야기는 다들 하나씩 하더라구요. 



다들 각자의 고민이 있을거에요. 힘든 부분이 있을 거구요.

나도 힘드니까 너 힘든 건 당연하다-란 말을 하고 싶진 않아요. 

다른 사람이 더 힘들다고 내가 힘든 게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이제와 진로를 바꾸게 되어 많이 늦은 것 같고 마음은 잡히지 않아

최근에 제가 많이 힘들어 할 때 아버지께서 해주신 이야기가 있어요.

꽃은 한 계절에 몰아 피는 게 아니라고. 봄에 피는 꽃도, 여름에 피는 꽃도, 하물며 겨울에 피는 꽃도 있다고.

그 말을 들으니까 울컥 눈물이 나왔어요. 마음이 많이 힘들었었나봐요. 저 잘 안 우는 편인데도.



오늘 하루가 당신에게 힘든 날이었을 지도 몰라요.

사는 게 재미 없고 무의미하게까지 느껴질 지도 모르겠어요.

그치만 힘내요 우리. 

꽃 피는 날이 언제 올런지 우린 아직 몰라요. 하지만 그 날이 내일이 아니란 법도 없어요.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 좋은 날이 올 거에요. 우린 좋은 사람들이니까. 잘 될 거에요.

참 밑도 끝도 없죠?

무턱대고 하는 위로가 저는 받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셀프 위안글을 써보아요.

글 잘 쓰지도 못 하면서, 그래도 기분은 좀 풀려요.




연관 검색어 중에 하나 재밌는 말이 있네요. '사는 게 꽃같네.'

웃음을 주려고 만든 말 같은 데 왜 제 맘에 쏙 드는 걸까요?



다들 활짝 피어난 꽃처럼 아름다운데, 나만 제자리인 것 같아 속상할 때가 있죠.

하지만 꽃이 피어나는 시기가 제각각이듯 

우리도 저마다의 이름으로 활짝 피어날 

각자의 시기가 올 거에요.

조급해하지 말아요.

저와 여러분, 우리 모두 각자의 시기에 가장 아름답게 피어날 테니.



저와 여러분, 우리 모두의 오늘이 행복한 날이 되기를 바라요.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