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당신의 오늘은 행복한 하루였나요?
저는 제 인생 중 최고로 우울한 시기를 보내는 중이에요.
해봐야 30년도 못 살아본 주제에 이런 말 하는 게 듣기 우스우실 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제가 참 우울증 없이 살 수 있는, 스트레스에 강한 담담한 성격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더라구요.
하고 싶었던 일을 계속 꿈꾸기에는 현실이 냉혹했고,
또 한 번의 이별을 겪어야 했고,
앞으로 뭘 하면서 살아야 할까 걱정과 고민으로 계속 마음은 마모되면서도,
그럼에도 속절없이 시간은 잘 흘러가더라구요. 야속하리만큼.
사흘 전인가 친구 모임이 있었어요. 정말 한 동안 친구도 못 보고, 정확히는 제 자격지심 때문에 연락도 안 한 거지만 아무튼
오랜만에 만난 중학교 동창 친구들. 그 중 한 여자사람친구가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많이 부러웠어요. 친구 얼굴에서 빛이 나더라구요. 반면에 제 주위는 무채색처럼 색이 바라는 것 같았구요.
간만에 만나 서로 안부를 물으며 반갑게 만나고 헤어졌지만 맘은 그다지 가볍지 않았어요.
학창 시절에 난 그래도 괜찮은 놈이었고, 인기도 꽤 있었는데. 뭘 해도 자신이 있었는데.
십 몇 년이 지난 지금에 난 왜 이리 초라해져 있을까.
마치 추운 겨울날, 단란한 가정집의 식사를 창문께로 보고 있는 성냥팔이소녀 같은 기분이더라구요.
사는 게 참 재미가 없다 싶어요, 요즘.
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 하지. 그냥 다 놓고 싶단 생각도 가끔 해요.
공부를 마치고 돌아갈 때가 되니 맥이 풀려서 인터넷을 켰어요.
사는 게 재미가 없다는 말을 검색해보려고 '사는게'까지만 타자를 눌렀는데 연관검색어가...
적어도 나 뿐만이 이런 고민을 하는 건 아니구나 하는 뜻모를 위안감을 받았어요. 웃기죠?
다들 힘들어서 저런 검색을 하고 그게 빈도수가 많으니 저렇게 연관 검색어로 남아있는 건데 말이에요.
그런데 전 마치 지구에서 나 혼자만 있는 것 같았거든요.
맞아요, 생각해보면 그 모임에서도 즐거운 이야기만 했던 건 아니에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조만간 퇴직을 한다는 친구 이야기도 있었고,
몇 년간 공무원 준비를 했다가 붙었는데 갑자기 아프게 되어서 결국 포기한 친구도 있었어요.
누군가와 아프게 이별한 이야기는 다들 하나씩 하더라구요.
다들 각자의 고민이 있을거에요. 힘든 부분이 있을 거구요.
나도 힘드니까 너 힘든 건 당연하다-란 말을 하고 싶진 않아요.
다른 사람이 더 힘들다고 내가 힘든 게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이제와 진로를 바꾸게 되어 많이 늦은 것 같고 마음은 잡히지 않아
최근에 제가 많이 힘들어 할 때 아버지께서 해주신 이야기가 있어요.
꽃은 한 계절에 몰아 피는 게 아니라고. 봄에 피는 꽃도, 여름에 피는 꽃도, 하물며 겨울에 피는 꽃도 있다고.
그 말을 들으니까 울컥 눈물이 나왔어요. 마음이 많이 힘들었었나봐요. 저 잘 안 우는 편인데도.
오늘 하루가 당신에게 힘든 날이었을 지도 몰라요.
사는 게 재미 없고 무의미하게까지 느껴질 지도 모르겠어요.
그치만 힘내요 우리.
꽃 피는 날이 언제 올런지 우린 아직 몰라요. 하지만 그 날이 내일이 아니란 법도 없어요.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 좋은 날이 올 거에요. 우린 좋은 사람들이니까. 잘 될 거에요.
참 밑도 끝도 없죠?
무턱대고 하는 위로가 저는 받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셀프 위안글을 써보아요.
글 잘 쓰지도 못 하면서, 그래도 기분은 좀 풀려요.
연관 검색어 중에 하나 재밌는 말이 있네요. '사는 게 꽃같네.'
웃음을 주려고 만든 말 같은 데 왜 제 맘에 쏙 드는 걸까요?
다들 활짝 피어난 꽃처럼 아름다운데, 나만 제자리인 것 같아 속상할 때가 있죠.
하지만 꽃이 피어나는 시기가 제각각이듯
우리도 저마다의 이름으로 활짝 피어날
각자의 시기가 올 거에요.
조급해하지 말아요.
저와 여러분, 우리 모두 각자의 시기에 가장 아름답게 피어날 테니.
저와 여러분, 우리 모두의 오늘이 행복한 날이 되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