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묻고 싶은 것은 몇 년 전부터 법륜 스님의 책이나 심리서, 철학책들을 읽으면서 갖게 된 생각들에 대한 질문입니다. 그런 책들을 읽고 강연을 들으면서 스스로 생각할수록 제가 많이 성숙해지고 있는 건지 괴롭고 힘든 것들이 별로 없어지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이렇게 생각하고 살기에는 아직 어리고 이른 나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예전에는 화나고 속상한 일들도 지금은 '아, 저 사람이 저래서 저런가, 지금 저런 마음인가.' 하고 자꾸 머리로 생각하게 됩니다. 제 마음은 편해지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머리로만 생각하고 제 감정은 돌보지 않는 건가' 라는 생각이 좀 드는데요. 그래서 제가 혹시 그런 것들을 억압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제대로 소화를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이러다가 한순간 폭발하는 거 아닌지 걱정되기도 하구요. 그래서 제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스님의 생각이 궁금하거든요. 참고로 저는 32살입니다. 답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법륜스님 :
" 32살이 나이가 작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모두 웃음)"
질문자 :
"100세 시대니깐요. (웃음)"
법륜스님 :
"아이고. (웃음) 옛날 같으면 할머니 될 때가 다 될 나이에요."
질문자 :
"네. (웃음)"
법륜스님 :
"여러분들 제가 인도에 가서 가난한 동네 사는데 15살 정도 되면 결혼하는 거 알아요? 17살에 아기를 낳아요. 그럼 그 애도 또 15살에 결혼해서 17살에 아기를 낳으면, 34살이면 어떻게 된다? 할머니가 되는 거예요. 지금 자기 내년 되면 할머니 될 나이에요. (모두 웃음) 결혼도 아직 안 했어요?"
질문자 :
"네."
법륜스님 :
"그러니까 그렇지.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다... 곧 40이 되면 불혹이라고 그러잖아. 그런데 내가 뭘 참고 억누르고 있다고 하면 터집니다. 참는 거는 터져요 반드시. 왜 현대인들이 스트레스가 많다고 그래요? 참기 때문에 그래요. 이 수행이라는 것은 참는 게 아니에요. 즉, 성질대로 하는 건 범부중생, 그러니까 확대 생산하는 거야. 내가 성질내면 상대도 성질내고 나도 내고 이렇게 확대 생산 하는 거고, 내가 참으면 확대생산을 안 해요. 그런데 이게 쌓였다가 터져요. 세 번까지 참았다가 보통 삼 세 번에 많이 터져요. 그러면 참는 것은 화내는 것보다는 낫지만, 해탈의 길은 아니에요. 행복의 길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화내면 손해가 많다고 하면 이건 손해를 조금 적게 보는 길이지 이익 보는 길은 아니다... 이 얘기에요. 그래서 우리 어머니들이 옛날에 너무 많이 참아서 '화병'이라고 하는 독특한 병이 있잖아요. 그죠? 요즘 현대인이 스트레스 많은 것도 그래요. 그래서 참으라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저놈이 밉지만, 나쁘지만 참아라' 가 아니라, '아 저 사람은 저런 입장에서 저럴 수도 있겠구나' 이게 뭐에요? '이해'죠. 즉, 사람이 서로 다 달라. 생각과 믿음과 가치관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러니까 '회교도 입장에서는, 기독교인 입장에서는, 신부님 입장에서는, 스님 입장에서는, 아내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라고 인정과 이해를 하는 것은 참는 거 하고는 달라요. 내가 이해를 못 하면 '아이고 마 모르겠다' 이렇게 화가 팍 나고 성질이 나는 데, '어 그래서 그랬구나. 난 또 왜 그랬다고' 이게 이해 아니에요. 그죠? 그럼 이 답답한 게 없어집니다. 그러니까 참는 거 하고 다르다. 자기가 법문을 듣고 이해를 하면, 성경대로 하면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자유로워지는 거고, 자기가 참으면 폭발하는 거예요."
질문자 :
"스님, 그런데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하는 데요. 그렇게 사니까 너무 마음은 편한데... 어... 재미가 없는 거 같아요. (웃음)"
법륜스님 :
"음... 그러면 이해하지말고 살면 되지 뭐. 그건 아무 문제 없어. 아까처럼 착하게 살고 싶으면 어떻게 해라? 착하게 살고, 나쁜 짓 하고 싶으면 나쁜 짓 하고, 뭐 여자 종아리 만지고 싶으면 만지고, 성추행범으로 감옥 가서 살고, 또 3년 있다가 나와서 만지고 또 가서 살고 (모두 웃음) 그게 좋으면 하면 돼요. 스님은 그런 거 가지고 '하지 마라' 소리는 안 해요. 다만 자기가 감옥 가서 살면서 '아이고 그거 잠시 참았으면 이 고생 안 하는데...' 이렇게 후회할 때 뭐라고 한다? '그럴거면 하지 마라' 이렇게 얘기하는 거지. 자기가 재미가 없으면 재미있게 하세요. 그런데 재미가 있다는 것은 반드시 과보가 따라요. 락(樂)이 있으면 반드시 뭐가 있다? 고(苦)가 있어요. 그게 윤회에요. 예를 들어 자식 있는 기쁨이 있으면 자식이 죽거나 자식이 문제가 생겼을 때 거기에 따른 고가 있고, 결혼하는 기쁨이 있으면 저런 결혼의 뭐가 있다? 고가 발생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나는 결혼의 기쁨도 없지만, 결혼의 고통도 없는 거예요. '이게 재미가 없다' 그러면 결혼하면 되요. 아시겠어요? (웃음)"
질문자 :
"네."
법륜스님 :
"그래서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 저렇게 살아야 한다' 정한 바가 없고 자기가 선택해서 사는 데, 다만 선택에 따른 책임을 져야 된다... 돈이 궁할 때 '빌려야 합니까. 안 빌려야 합니까?' 이렇게 정해진 게 없고, 빌렸으면 갚아야 하고, 갚기 싫으면 궁해도 안 빌려야 하고. 그러니까 내가 살기 어려우면 저축을 안 해도 돼요. 그런데 이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지금 어려운 가운데도 뭐 해야 한다? 저축을 해서 나중에 목돈을 받아야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건 자기 선택이지 진리라는 것은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가 아니고, 이런 '인연을 지으면 저런 결과가 난다' 라는 원리를 설명하는 게 진리이고, 그걸 우리가 보고 내가 선택하는 거예요. '돈을 빌렸더니 갚아야 한다. 이거 피해가는 법이 없겠느냐?' 그게 종교 아니에요? '돈 빌리고 돈 안 갚아도 된다' 이게 종교에요. 알았어요? 저축 안 해도 목돈 받는다 이게 뭐라고? 일반적으로 말하는 종교에요. 이게 복 비는거 아니에요. 죄는 지어놓고 안 받겠다 그러고 복은 안 지어놓고 달라고 하고, 믿기만 하면 준다 이게 종교인데, 허황된 소리에요. 예수님이나 부처님은 이런 거 가르친 거 아니에요. '그렇지 않다. 그런 허황된 생각 그만해라. 네가 인연을 지으면 과보를 받는다.' 그러니 죄를 지었으면 기꺼이 받을 각오를 가져야지 미꾸라지 새끼처럼 빠져나갈 생각하면 안 돼요. 그 다음에 저축을 안 했으면 복을 받을 생각을 안 해야 되고, 복을 받고 싶으면 저축을 해야 되고, 돈을 빌렸으면 빚을 갚아야 하고, 갚기 싫으면 빌리지를 말아야 하고, 이런 이치를 알면 내가 어떻게 살거냐가 결정이 되는 거예요. 내가 점점 자유로워지고 주인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부처가 된다고 말해요. 부처가 된다는 것은 자기가 자기 운명의 주인이라는 얘기에요. 그건 자기가 선택하세요. 그게 좋아 보이거든. 이거랑 똑같은 거 아니에요. 마약 하는 사람이 마약을 한 번 해보니 어때요? 기분이 좋잖아. 그런데 하지 말라고 해. 그러니까 재미가 없잖아. '스님 기분 좋고 싶은데 한 번 해보면 어때요?' 스님은 '하지 마라' 소리 안 하고 '해라. 하고 건강도 해치고 감옥도 가고 그래라' (모두 웃음) 그러니까 자기 선택이다."
질문자 :
"고맙습니다. (청중 박수)"
법륜스님 :
"스님이 이런 얘기하면 좀 무책임해보이죠? 그런데 내가 뭐 때문에 여러분들 인생에 대해서 책임을 져요? (청중 웃음) 저는 다만 '이렇게 가면 이런 결과가 온다' 말해요. 아까 저기 이혼을 해도 괜찮아요. 그러면 자식을 둔 부모가 이혼하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고,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면 자식들이 나중에 불행해지고, 불행해지면 그게 누구 불행이 된다? 내 불행이 돼요. 자식을 둔 부모가 자식이 잘못됐는데 행복하다 이런 게 가능하나? 그 정도면 도인이지. 그렇게 안 돼요. 그러니까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면 그게 결국 나한테 과보가 돌아온다. 애가 나한테 못된 짓 한다 이런 얘기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내가 적어도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법률적으로 나에게 주어진 책임을 마치고 그다음은 내가 안 해도 돼요. 그러나 그때까지는 자기가 책임을 지는 게 유리하다 이런 얘기에요. 여러분들 3살 때까지 아무것도 모른다고 직장 다니고 이러면 반드시 나중에 그 열 배로 힘든 과보가 와요. 그러니까 스님이 그 과보가 받기 싫으면 조금 승진이 늦고 다른 게 아쉽더라도 애를 낳으면 한 3년 애한테 사랑을 줘라... 뭘 먹이고 뭘 입히고 하나도 안 중요하다... 그냥 엄마의 사랑을 먹고 산다... 자아가 형성될 때 자아에 상처가 없어야 아이가 행복하게 살지, 그때 빈 공간이 생기면 이게 모든 사람이 갖는 '사랑 고파 병'이에요. 아시겠어요? 이 '사랑 고파 병'은 늘 껄덕거리게 되요. 한평생 칭찬받으려고 하고, 어디 의지하려고 하고. 우리 다 이게 3살때까지 사랑을 제대로 못 받아서 생긴 삶의 고통이에요. 그래서 그때까지만 듬뿍 주면 뭘 먹이고 입히는 건 하나도 안 중요해요. 그러면 여러분들이 나중에 받을 거 십 분의 일도 안 받아요. 그러니 제가 볼 땐 어리석은 거예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