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드름
부산의 산동네에서 피난 생활을 하던 어린 시절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을 따서 먹기도 하고
동네 친구들과 칼싸움 놀이도 했었습니다.
요즈음은 집들이 구조가 많이 달라지고
도시에서는 고드름을 볼 수가 없습니다.
고드름은 한 겨울 지붕위에 쌓여 있던 눈이
한낮의 햇살을 받으면서 녹아서 처마 끝으로 흐르던
물방울이 얼어서 점점 길어지면서 고드름이 되었습니다.
특히 초가지붕의 고드름과 양철지붕의
고드름 길이가 길다는 아이들 말에 따라
동네에서 긴 고드름 찾던 기억 있습니다.
그 당시에 고드름을 가지고 놀던 친구들 모두
인생을 즐기면서 잘 살아왔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무더운 여름날 철없던 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이하던
피난 시절 처마 끝에 달린 고드름 생각이 나기도 합니다.
오늘도 무사하게 더위를 이기고 하루를 보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담아 독수리 타법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방송에서는 연일 무더위의 기록이 바뀐다고 전해주고
문 밖을 나서면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더운 열기가
온 몸을 감싸고 꼭 달라 붙어있는 느낌입니다.
옛날 어른들이 말씀하신 이열치열도 어느 정도
견딜 만 할 때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입니다.
한밤에도 낮의 열기가 식지 않아서 오히려
낮보다 한 밤이 더 견디기 힘든 나날입니다
지나간 추억에서 긴 고드름 하나를 찾아내어
오늘의 무더위를 이겨 보려고 애를 씁니다.
아무리 더위도 계절은 가을로 달려가고 있다는 위로를 하면서 잠시 추억에 잠겼습니다.
온 누리에 곱게 물든 단풍 가을의 풍요로움을 생각하면서 이 더위를 이겨 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