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들은 이미 밤을 넘어선 부분이 있다 잠결이 아니라도
나는 너와 사인이 같았으면 한다
이곳에서 당신의 새벽을 추모하는 방식은 두 번 다시 새
벽과 마주하지 않거나 그 마주침을 어떻게 그만두어야 할
까 고민하다 잠이 드는 것
요와 홑청 이불 사이에 헤어 드라이어의 더운 바람을 틀
어넣으면 눅눅한 가슴을 가진 네가 그립다가 살 만했던
광장의 한 때는 역시 우리의 본적과 사이가 멀었다
는 생각이 들고
나는 냉장고의 온도를 강냉으로 돌리고 그 방에서 살아
나왔다
내가 번듯한 날들을 모르는 것처럼 이 버튼을 돌릴 줄 아
는 사람은 많지 않아서 맥주나 음료수를 넣어두고 왜 차
가워지지 않을까 하는 사람들의 낯빛을 여관의 방들은 곧
잘 하고 있다
"다시 와, 가기만 하고 안 오면 안 돼"라고 말하던 여자의
질긴 음성은 늘 내 곁에 내근하는 것이어서
나는 낯선 방들에서도 금세 잠드는 버릇이 있고 매번 같
은 꿈을 꿀 수도 있었다
출처 |
맨 앞 장 시인의 말부터, 읽으면 가슴 한 쪽이 먹먹해지는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나의 사인은 너와 같았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