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덥고 후덥지근한 한여름의 말미. 태양은 서산으로 기울어 건물마다 긴 그림자를 만
들어 내고 있는데, 열기가 채 식지 않은 인도바닥 위에 할머니 한분이 쓰러지듯이 쭈그려
앉아 시골 들어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벗겨지기 직전의 신발은 엄지발가락 끝에 걸려 있고, 하루의 피로가 가득담긴 얼굴은 감긴
눈과 함께 방아 찧기를 연달아 하는데, 그 와중에도 혹시나 시간에 한 대 지나가는 버스 놓
칠라 졸린 눈을 게슴츠레 뜨고 버스 오는 쪽을 살핀다.
텃밭에서 채소들을 추려 보자기에 싸들고 나와 시장 한구석에 좌판을 깔고, 창살같은 내리
꽂던 광렬한 태양을 하루 종일 견뎌낸 대가로 얻어낸 만원짜리 몇 장. 그것은 이미 잡다한
식료품과 손자들에게 건낼 군것질꺼리로 바뀌어 집으로 가져갈 박스에 담겨져 있는 터이고
결국 오늘도 ‘남는 것이 없는 장사’를 한 샘이지만... 어둑해 들어가는 마을 입구에서 손주
들이 달려와 해맑은 웃음으로 반겨준다면 하루의 시름이라도 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