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인트는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고 네리아는 두 손을 곽 쥔 채 날 바라보고 있었다. 샌슨은 파랗게 질려있었고 이루릴은 무표정했다. 하지만 카알은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그래요. 당신은 나눌 수 없는 것을 나누어서 질문하셨어요. 당신 보시 기에는 나눌 수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우리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 아요. 드래곤 로드께서는 샌슨에게 이렇게 질문하셨지요."
샌슨은 덜커덩하는 소리만 내지 않았을 뿐 그 외에는 심장이 내려앉은 사람의 모든 징후를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미소를 지어주고는 계속 말했다. 손바닥에 땀이 나는걸? 난 슬쩍 그것을 바지에 닦아버리고 싶었지만 꾹 참으면서 말했다.
"샌슨의 가족들을 죽이겠는가, 샌슨을 죽이겠는가. 조금 달랐을지 몰라 도 대충 그런 의미였지요. 하지만 그건 나눌 수 없어요."
"어째서지?"
"샌슨은 하나가 아니니까. 샌슨은 헬턴트의 경비대장 샌슨이고, 나의 좋은 동료 샌슨이고, 샌슨의 아버지 조이스씨의 사랑하는 장남이에요. 카알의 신뢰받는 길앞잡이고, 그리고 그 아가씨에게는 사랑하는 연인인 샌슨이에요.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샌슨이지요. 이런 식의 이야기도 들어 보셨겠지요? 어쨌든 당신은 샌슨 하나를 살려주는 대신 그 가족들을 죽 이겠다고 말했지만, 그 가족들을 죽이면 샌슨도 죽는 셈이에요."
난 주먹을 꽉 쥔 채 말했다. 이마에 열기가 올라 쓰러질 것 같은 기분 이 들어서 도저히 말을 멈출 수가 없다.
"그래요. 그 모든 것이 샌슨이에요. 당신이 헬턴트 영지를 파괴하면 헬 턴트 경비대장 샌슨은 죽는 셈이에요. 당신이 날 죽인다면 후치의 동료 샌슨을 죽이는 셈이고요. 당신이 조이스씨를 죽인다면 조이스씨의 아들 인 샌슨은 죽는 셈이에요. 당신이 카알을 죽인다면 카알의 길앞잡이 샌 슨이 죽지요, 그리고, 그리고 그 아가씨를 죽인다면 그 아가씨의 연인인 샌슨을 죽이는 셈이라고요."
"샌슨은 하나가 아닌가?"
난 기가 막혀서 고함을 빽 질러버렸다.
"하나가 아니에요!"
그리곤 곧 놀라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계속 다물 수가 없었다.
"영원의 숲, 영원의 숲 아시죠? 거기서는 자신이 자신을 죽이게 되어 요. 그러면 어떻게 되지요?"
드래곤 로드는 침착하게 말했다.
"그건 안다만, 그것이 이 이야기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 말해주겠나?"
"나가면 그 사람은 사라져버려요! 나라는 존재가 아무리 남아있어도 다 른 사람들이 모두 잊어버리게 되면 그 사람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아직까지 그걸모르세요? 나라는 것은, 나라는 것은 이 몸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구요. 다른 사람들에게, 다른 모든 것들에 다 내가 있어요. 그것이라고요! 그 모든 것을 모았을 때 내가 있는 거라구요. 우리는 그 렇게 살아요. 그것이 인간이에요!"
말을 마치고나자 숨이 찼다. 너무 흥분해 버렸나봐. 난 목을 타고 흘러 내리는 땀을 닦아 내었다. 지금 누군가 나에게 차가운 냉수 한 잔만 준 다면 그를 위해 노래 100곡을 바치겠어. 농담이 아니라고. 드래곤 로드는 침울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그랬었군… 그럴 거라고 짐작했지. 이제야 확신을 얻게 되었군."
드래곤 로드는 뭔지 모를 말을 중얼거렸다. 하지만 거기에는 감히 끼어 들 수 없는 위엄이 있었다. 우리는 모두 조용히 그의 말을 기다렸다.
"너희들은 혼자가 아니로군."
드래곤 라자 中
처음으로 판타지를 접하게 된 책. 퓨쳐워커, 폴라리스 랩소디, 눈물을 마시는 새...
이 모든 소설들이 정말 의미있는 책!! 판타지라고 삼류 쓰레기 책이라는 생각을 할수 없는...정말 대작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