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사랑한다. 용서해라. 그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어제 안산 화랑유원지에 있는 분향소에 가서 느낀 생각입니다.
어른신들도 계시고, 해맑은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그분들 하나하나 영정 속 사진과 이름을 봤어요.
꽃송이 때문에 이름 석 자 다 안보이기도 했지만...헌화와 묵념 후에 이루어지는 애도 시간에
가능한 한 모든 분들의 얼굴과 이름을 보려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흐느낀들..눈물을 흘린들...이미 이 세상에 없는 분들에게 무슨 말이 가당키나 할런지요.
그냥 죄인이지요. 죄인...
어제 하얀 상의 차림의 아이들이 어른과 함께 손잡고 들어오는 거 보고 막연히 단원고 학생들인가 보다 했습니다.
다녀와보니 그들이 생존학생들인 줄, 뉴스기사 보고 알았습니다.
살아있는 게 죄입니까. 영정 사진 앞에 들어설 때부터 그냥 고개 숙이고 어찌할 줄 모르는 학생들을 보니
내가 어른인 게 부끄러웠습니다. 그 자리에서 훌쩍거리고 눈물 훔치면 해결됩니까.
2번 찍었다는 게 면죄부입니까.
방명록에 미안하다고 쓰면 돌아가신 그 분들의 원통함이 사라집니까.
요즘 들어 뭐가 옳고 뭐가 그른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리에 불분명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것. 그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는 것.
그런 삶에 익숙해져서, 양심이 가리키는 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죄스럽습니다.
하늘에 주먹질을 하고, 벽에다 욕지거리를 해도 바뀌지 않는 세상에 살면서 넋두리나 늘어놓는 제 자신이 싫습니다.
'교실이데아'를 들으며 '그래 우리가 어른이 되는 세상은 분명 다를 거야' 라고 생각했던 학창시절의 나를 마주본다면
부끄러움에 도망칠 게 분명합니다.
횃불도 들지 못하고 먹고 사는 걱정에 스스로 노예가 되버린 제가 어찌나 죄스러운지요. 그냥 죄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