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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에 걸려 생활이 너무 힘들고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게시물ID : lovestory_792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edIUm
추천 : 2
조회수 : 75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7/23 16: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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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중학교 2학년 남자 아이의 질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자가면역 뇌염' 증세로 병원에서 매주 주사를 맞고 있는데 아빠를 너무 힘들게 하는 것 같아 죽고 싶다고 심경을 이야기했습니다. 스님과의 문답을 통해 아이는 점점 밝아져 갔는데 그 모습이 많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저는 지금 중학생인데요. 초등학교 2학년 때 갑자기 탈모가 왔어요. 그러다가 전신 탈모로 번져서 온몸에 있는 털이 다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하다가 그냥 모자를 쓰고 학교를 다녔어요. 친구들은 제가 모자를 쓴 이유가 궁금했는지 나중에는 전교생이 다 제 모자를 벗기려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전학도 가고 그랬는데요. 아... 말을 잘 못 하겠어요...”

 

“괜찮아요. 천천히 해 봐요. 빨리 하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해 봐요.”(모두 박수) 

 

“그래서 아빠랑 병원도 다녀보고 그랬는데, 저는 아빠한테 ‘자연적으로 낫게 해 보자’라고 말하고 그냥 학교를 다녀서 이렇게 다시 머리카락이 났어요.(모두 박수) 그런데 제가 초등학교 5학년 겨울방학 때 이모 집에 갔다가 사촌형이 게임 하는 걸 보고 저도 따라 하기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엄마 몰래 피씨방도 가고 했는데, 제가 하도 게임을 하다 보니까 어느 날 갑자기 머리에 경련이 왔어요. 저는 한번 경련을 하면 의식불명이 되어서 심폐소생술을 해야 됩니다. 그래서 세 번 쓰러져서 서울대 병원도 가보고, 온 병원을 다 가봤습니다. 아...”

 

“잘 하고 있어요.”(모두 박수) 

 

“서울대 병원에 갔을 때 병명이 안 나오니까 의사들이 '자가면역 뇌염'이라고 추정을 하더라고요. 요즘은 한 달에 네 번 정도 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한 달에 네 번씩 서울대 병원에 가서 ‘면역글로블린’이라는 주사를 맞고 다시 깨어나는데, 한 번 주사비가 200만 원입니다.(모두 놀람) 그런데 그걸 한 달에 네 번씩 맞아야 하니까 너무 힘들어요. 아빠는 돼지 농장에서 일하는데... 아빠는 매일 혼자 담양에서 돼지를 키우느라 고생하시고...”(눈물 글썽임)

 

“계속 얘기해 봐요.” 

 

“어떻게 하면 이 병이 나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매일 자살을 생각해 보기도 했고, 매일 죽을 것 같아요. 학교도 못 가고, 학교에 간다고 해도 수업을 하면 제가 막 이상한 질문도 합니다. 뇌가 이상하니까요.”

 

“질문자가 선생님한테 이상한 질문을 한다고요?” 

 

“예. 그리고 제가 친구들도 괴롭혀요. 제가 먼저 아무렇게나 행동하는데, 제 뇌가 어떤지 모르니까 자동으로 친구들을 괴롭히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컴퓨터는 이제 안 하게 됐고요. 학교에서 저녁마다 배드민턴을 쳤는데, 운동을 하면 쓰러지고 그래서 이제는 하고 싶은 것도 못 하고 있어요. 또 서울에서 계속 주사를 맞아야 하니까 아빠한테도 못 내려가 보고, 학교도 못 가고, 하고 싶은 것도 아무 것도 못 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겠어요.”(모두 박수)   

 


 

“스님은 질문자처럼 아프지도 않고 건강한데, 장가도 못 가고 이렇게 살고 있어요.(모두 웃음) 그런데 우리들 중에서도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건 아는데, 그래도 저는 빨리 낫고 싶어요. 지금 3년째 못 낫고 있어요. 평생 못 나을 것 같아요.” 

 

“평생 못 나으면 어때요?” 

 

“그러면 제가 죽잖아요.”      

 

“우리 인간은 누구나 다 죽습니다. 질문자만 죽는 게 아니에요. 우리는 밥을 하루에 세 번 먹잖아요. 평생 그렇게 먹어야 하는데, 그것을 지겹다고 생각하나요? 딱 한 번만 먹고 평생동안 안 먹는 방법이 있을까요? 없어요. 밥은 하루에 세 번씩 평생 먹어야 하는데, 주사 맞는 건 1주일에 한 번만 맞으면 되잖아요. 그러니 밥을 하루에 세 번씩 평생 먹는 게 쉬워요? 주사를 1주일에 한 번씩 맞는 게 쉬워요?” 

 

“밥을 하루에 세 번씩 먹는 게 더 쉬워요.(모두 웃음) 주사 맞는 게 지겨워서 죽을 것 같아요.” 

 

“그래도 1주일에 한 번 맞는 게 더 쉬워요. 질문자는 주사를 ‘안 맞아도 된다’고 생각하니까 지겨워 죽겠는 거예요.”

 

“주사는 돈이 들고, 아빠는 그 돈을 벌려고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있어요. 제 병원비 때문에 가족들 모두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놀러 가지도 못하고 있는 거예요. 제 친구들은 주말마다 어디 놀러 가고, 해외여행 가는 친구도 있는데, 저희 가족은 저를 돌보느라고 어디 놀러가지도 못해요. 동생과 누나가 있는데, 동생은 저 때문에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고,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있어요. 제가 가족들을 힘들게 하니까 미칠 것 같아요.”

 

“질문자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제가 질문자라도 그렇게 느낄 것 같아요. 그런데 질문자는 자기 건강이 좋지 않아서 엄마 아빠가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엄마 아빠는 질문자가 건강이 안 좋더라도 행복하길 원할까요? 아니면 질문자가 가족 걱정 하느라고 불행하길 원할까요?”

 

“제가 행복하길 원하지요.”  

 

“또 질문자가 병원에 가서 주사라도 맞고 하루 하루 건강한 걸 원할까요? 병원비가 많이 드니까 질문자가 빨리 죽어버리길 원할까요?” 

 

“그런데 그 주사는 계속 맞아야 돼요.” 

 

“밥도 계속 먹어야 돼요.”(모두 웃음)  

 


 

“주사를 맞아도 병이 낫지가 않아요.”  

 

“밥 먹는 것도 끝이 안 나요.(모두 웃음) 약의 종류에는 세 가지가 있어요. 먹으면 병이 낫는 약이 있고, 더 이상 병을 악화시키지 않는 약이 있고, 나빠지는 속도를 늦추는 약이 있어요. 그러니 질문자가 맞는 주사는 더 이상 병을 악화시키지 않게 하거나 나빠지는 속도를 늦추는 약인 거예요.” 

 

“그래서 저는 하루에 한 시간씩 명상도 해 보고, 하루에 천수경을 21독씩 하고 있어요.” 

 

“그 믿음은 좋아요. 그런데 제일 중요한 건 질문자의 마음이에요. 예를 들어 질문자는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것 때문에 고민을 했는데, 스님은 머리카락이 자꾸 나서 고민이거든요.(모두 웃음) 

 

머리카락이 안 나면 스님은 매일 머리를 안 깎아도 되잖아요. 오늘도 여기 법문하러 오면서 머리를 깎고 왔단 말이에요. 매일 머리를 깎아야 되는 스님 입장에서는 머리카락이 나는 게 늘 일거리이고, 머리를 길러야 되는 사람 입장에서는 머리가 안 나면 그게 문제겠지요. 머리가 나든 안 나든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에요.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문제가 되기도 하고 문제가 안 되기도 한다는 겁니다. 그러니 머리카락이 안 나면 질문자는 ‘나는 머리 안 깎아도 되니까 스님이 되면 딱 맞겠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엄마는 저더러 스님 되라고 합니다.”(모두 웃음) 

 

“그래요. 그런데 머리카락이 나버렸잖아요. 안 나는 머리카락을 나게 하려고 그렇게 애를 썼는데 다시 머리카락을 깎으려면 아깝잖아요?”

 

“저는 삭발하는 게 더 좋아요. 머리카락 있는 것도 다 빠졌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왜 머리카락 나기를 원했어요?”

 

“친구들이 놀리니까 그때는 그랬죠.”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기를 원해 놓고는 막상 살다 보니까 ‘괜히 했다. 안 했으면 더 나았을 걸’ 그러는 것처럼, 머리가 안 날 때는 나기를 원하고, 머리가 나면 또 ‘에이, 안 나는 게 더 낫겠다’ 그러는데, 그러면 머리카락이 나도 문제, 안 나도 문제가 되잖아요. 그런데 머리가 안 날 때 ‘안 나는 게 더 좋다. 스님 되면 되겠네’ 이렇게 생각하고, 머리가 나면 질문자가 그렇게 원하던 머리가 났으니까 ‘머리카락이 나니까 좋다’ 이렇게 생각하면, 머리카락이 나도 좋고, 안 나도 좋은 게 되잖아요. 비가 오면 ‘모내기 할 수 있어서 좋다’, 비가 안 오면 ‘밭일하기 좋다’ 이렇게 주어진 조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필요합니다. 질문자는 몸이 아프고 가끔 쓰러지기도 하지만, 그런 질문자도 행복할 권리가 있을까요? 없을까요?”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 

 

“그래요. 그러니까 행복해야 돼요.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행복하지 않다는 거잖아요?”

 

“아니오, 행복해요.”

 

“행복한데 왜 죽으려고 했어요? 나도 모르게 죽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왜 행복한데 스스로 죽으려고 했어요?”

 

“부처님은 항상 행복하라고 하시잖아요. 그래서 저보다 더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좋아요. 잘했어요. 거제도에 가면 지적장애인들을 보호하는 시설인 애광원이 있습니다. 중증장애인들은 도저히 집에서 부모가 보살피지 못 하니까 그런 시설에서 전문가들이 보살피고 있는 거예요. 경증장애인들은 대화도 되고, 사람을 알아보고 그럽니다. 그런데 중증장애인들은 아예 움직이지도 못하는 사람도 있고, 누워서만 지내는 사람도 있고, 걸어다닐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인지능력은 없어요. 스님이 아무리 눈을 마주치려고 해도 눈이 안 맞주쳐집니다. 그런 분들 30명과 그저께 손잡고 하루 종일 같이 소풍을 다녔거든요. 그런데 그런 분들 30명과 한번 소풍을 가려면 자원봉사자 60명이 필요합니다. 중증장애인 1명 당 돕는이 2명이 붙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휠체어로 다니기도 하고, 움직일 수 있는 사람도 막 뛰고, 처박히고, 머리 찧고 그러니까 머리보호대도 하나씩 씌우고 그래야 되거든요. 그런 아이들도 그렇게 여행을 하니까 행복하다고 해요. 질문자가 만약 애광원에 가서 자원봉사를 해 본다면 뭘 느낄 수 있을까요? ‘내 병은 아무 것도 아니구나. 이만 하길 다행이네’ 이러겠지요?”

 

“예. 그럴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자기 친구들과 비교하면서 ‘왜 다들 멀쩡한데 나만 문제일까?’ 이렇게 생각하니까 죽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그렇게 안 생각하려고요.” 

 


 

“예. 잘했어요. 그러니 질문자는 일주일에 한 번 병원에 가서 주사 맞고도 살 수만 있다면 살아야 돼요? 안 살아야 돼요?”

 

“그런데 아빠가 이제 연세도 있으시고...”(모두 웃음)   

 

“아빠도 아직은 돈을 벌 수가 있잖아요. 2년만 버티면 돼요. 조금 있어 보세요. 2년만 기다리면 대통령이 바뀌잖아요. 그러면 국가에서 지원을 해 줄 겁니다. 지금 질문자가 지원을 못 받는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을 안 지켜서 그래요. 박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에 ‘1년에 100만 원 이상 병원비 드는 건 개인이 부담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공약했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불쾌한 거예요.” (모두 웃음)  

 

“막상 대통령이 되어보니까 돈이 없는건지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공약을 안 지키고 있어요. 공약을 안 지키니까 대통령인수위원회에 있던 분들이 더불어민주당으로도 갔고, 국민의당으로 갔고, 현 정부에서 복지부장관 했던 분도 더불어민주당으로 갔잖아요.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건 ‘경제민주화’와 ‘복지’인데, 후보 시절에는 그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하더니 막상 대통령이 되어서는 약속을 저버렸잖아요. 그런데 2년 후에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런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하지는 못 할 겁니다. 그게 야당이든 여당이든 관계없이 신체장애나 난치병에 드는 치료비를 국가가 부담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려고 할 거예요. 암도 요즘은 수술비가 100만 원이 넘으면 환자가 부담을 안 하고 의료보험공단에서 부담하듯이 말이에요. 이미 선진국은 그렇게 돼있거든요. 질문자의 아빠가 아직 젊으시니까 2년은 버틸 수 있을 거예요.”

 

“아빠가 52세이세요.” 

 

“52세가 어떻다는 거예요? 앞으로 10년은 더 일할 수가 있어요. 그러니까 괜찮습니다. 우리 사회의 보건의료시스템도 10년 안에는 좋아질 겁니다. 만약 2년 후에도 안 되면, 스님이 부처님이나 하나님의 힘을 빌려서라도 바꿔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모두 박수)

 

우리 사회도 변화될 겁니다.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아플 수가 있고, 사고가 나서 아플 수도 있는 건데, 그 아픈 사람 한 사람 때문에 가족 모두가 힘들게 된다면 그건 사회적으로도 손해잖아요. 우리 모두는 행복할 권리가 있고, 질문자의 엄마 아빠도 행복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질문자가 갖고 있는 병은 우리 사회 전체가 껴안고 함께 가야 될 문제라는 쪽으로 인식이 전환될 거예요. 캐나다의 경우는 병원비를 가족이 부담하지 않고 사회가 100% 부담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질문자를 간호하는 엄마의 월급도 국가가 지급합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도 이런 방향으로 가야 되지 않겠어요?(모두 박수) 

 


 

그러려면 대신 세금은 좀 많이 내야 돼요. 그런데 세금을 더 내라고 하면 다들 싫어하고, 증세 없이 복지만 확대한다고 하면 좋아하니까, 정치인들이 ‘증세 없는 복지’를 얘기하는데, 그건 다 거짓말이에요. 복지혜택을 늘리려면 세금도 조금 더 낼 생각을 해야 합니다. 

 

제가 캐나다에 계시는 교포들을 만나보면 젊을 때는 다 캐나다에 안 살고 미국으로 가고 싶다고 해요. 캐나다는 세금을 많이 걷으니까요. 수입의 40%를 세금으로 내야 하거든요. 그런데 미국은 세금을 10~20% 밖에 안 내니까 다 미국 가서 살고 싶다고 하는데, 나이 들면 캐나다 교포들이 전부 ‘스님, 아들 자식 아무 소용없어요. 국가가 제일 효자입니다. 국가만한 효자가 없어요’라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노후를 국가에서 책임져주니까요. 그건 다 세금으로 충당하는 거예요. 그러니 세금 내는 걸 아까워하면 안 됩니다. 

 

유럽 사람들도 세금에 대한 저항이 별로 없고, 세금 내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을 합니다. 수입이 있을 때 많이 내고, 많이 버는 사람이 많이 내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다니까요. 심지어, 예를 들어 100만 원 버는 사람이 세금으로 10만 원을 낸다면, 1000만 원 버는 사람은 세금으로 100만 원이 아닌 500만 원을 냅니다. 똑같은 비율로 세금을 내는 게 아니라 누진세처럼 이렇게 차이를 두는데, 그 세금을 다시 복지 예산으로 편성해서 차이는 조금씩 나지만 사회적 약자나 어린애나 노인들이 최소한의 생활은 유지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러니 질문자도 아빠를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는 질문자만 행복하면 돼지 키우는 게 하나도 힘들지 않을 거예요. 반대로 질문자가 힘들어서 죽겠다고 하면, 아빠는 돼지 키우는 게 하나도 재미없을 겁니다. 돼지를 키워서 질문자 주사비라도 대야 재미가 있는 거예요. 그런데 질문자가 죽으면 아빠는 무슨 재미로 살겠어요? 세월호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도 자식이 죽고 나니까 세상사는 의미가 없다고들 하잖아요.”  

 

“1~2주일마다 한 번씩 제가 경련을 해요.” 

 

“그래도 매일 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어떻게 생각해요? 매일 하는 게 나아요?”  

 

“아니오.” 

 

“김대중 대통령도 돌아가시기 전에 투석을 하셨는데, 투석이라는 게 우리 몸에 있는 피를 다 빼서 기계로 정화한 뒤에 도로 몸에 집어넣는 거예요. 그걸 한 달에 1번 하다가, 2주에 1번 하다가, 1주일에 1번 하다가, 나중에는 3일에 1번하다가 이틀에 1번까지 했다고 해요.”

 

“제 병에는 약도 없다고 하거든요.”

 

“투석하는 사람들에게도 약은 없어요.” 

 

“진짜 미칠 것 같아요. 빨리 낫고 싶어요.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아빠도 고생 안하시고, 가족 모두 행복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 질문자는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데, 병이 안 나아서 못하고 있어요’라고 하는데, 그런 상태가 행복해요? 괴로워요?”

 

“괴롭죠.”  

 

“그러니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그래도 매일 하는 것보다는 낫다’라고요.”

 

“제가 이렇게라도 살아있는 것에 만족하라는 말씀이죠?”(모두 박수)  

 


 

“맞아요. 살아있는 것에 만족하고, ‘하루에 한 번씩 안 하고 1주일에 한 번씩 하니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냐’ 이렇게 생각하면 질문자는 천수경을 안 외워도 됩니다.”

 

“기도는 제가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건데요. 빨리 낫고 싶기도 하고요.”  

 

“그런 마음으로 기도하면 더 괴로워지는 거예요.”

 

“왜요?” 

 

“빨리 낫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데도 안 낫잖아요. 그러면 ‘부처가 도대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뭐하는 거야!’ 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 그런 기도는 하지 마세요. 빨리 낫고 싶다는 생각으로 기도하지는 말란 얘기예요.” 

 

“그냥 하고 싶어서 하라는 거죠?” 

 

“기도를 하고 싶다면 ‘빨리 낫게 해 주세요’ 이렇게 기도하지 말고, ‘기도하면 하루에 한 번 주사 맞을 걸 한 주일에 한 번 맞을 수 있다’ 이렇게 기도하란 말이에요. 하루에 한 번 맞는 게 나아요? 1주일에 한 번 맞는 게 나아요?”

 

“1일주일에 한 번이오.” 

 

“기도를 안 하면 매일 주사를 맞아야 되는데, 내가 천수경을 하루에 21번 외우면 1주일에 한 번 맞거나 2주일에 한 번 맞을 수 있다고 하면 기분이 좋아요? 안 좋아요?”

 

“좋아요.”

 

“이렇게 기도하면 질문자의 기도가 금방 들어지잖아요. 이 병은 금방 낫는 병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자꾸 ‘병 낫게 해 주세요’ 이렇게 기도하면 기도가 안 들어지잖아요.” 

 

“저는 ‘부처님, 저를 행복하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하고 있어요.” 

 

“‘행복하게 해 달라고 할 필요가 없어요. 왜냐하면 질문자 스스로가 부처인데, 남한테 부탁할 게 뭐 있어요? 질문자가 ‘살아있어서 행복하다’ 라고 하면 질문자가 부처예요. ‘부처님, 매일 맞을 걸 1주일에 1번 맞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하면 부처님이 늘 질문자를 보살피는 게 된단 말이에요.”

 

“‘뭐 해 주세요’라고 하지 말고, 자기 마음 안에 있는 부처를 찾으라는 거죠?”(모두 박수)  

 


 

“어디서 그런 얘기를 들었어요?” 

 

“우리 아빠요.” 

 

“질문자의 아빠가 부처네요.” 

 

“아빠가 불교를 좋아해서 저희 가족 모두 종교가 불교가 되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애기 때부터 기도했어요.” 

 

“그래서 지금 그 정도로 좋아진 거예요. 그렇게 기도하면서 천수경도 읽으면 학교 공부는 안 해도 돼요.” 

 

“알아요. 저희 엄마도 제가 행복한 게 더 좋대요.”

 

“부처님의 가르침은 남자든 여자든, 어른이든 아이든, 한국 사람이든 일본 사람이든, 피부가 검든 희든, 신체장애든 성한 사람이든, 이성애자이든 동성애자이든, 종교가 뭐든 관계없이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고 행복할 수가 있다는 겁니다. 질문자는 절을 할 수 있어요?” 

 

“매일 108배 하고 있어요.” 

 

“그래요. 절할 때 ‘부처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살았습니다. 주사를 1주일에 한 번만 맞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절을 하면 행복해질 수가 있어요.”

 

“우리 엄마도 ‘부처님, 오늘도 살아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하라고 말씀하세요.”(모두 박수)  

 

“그거예요.” 

 

“감사합니다.” 

 

 

“얘기하다 보니까 괜찮아졌지요? 순간순간을 재밌고 즐겁게 보내면 됩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질문자보다 더 괴로운 사람이 많아요. 질문자보다 훨씬 빨리 죽을 사람도 많아요. 알았지요?”(모두 웃음) 

 

“예,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오래 살고 안 살고가 중요한 게 아니고, 지금 행복한 게 제일 중요해요. 돈 많이 벌면 뭐해요?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눈 안 떠지면 끝이에요. 그러니 아침에 눈 뜰 때마다 ‘오늘도 살아있어서 행복합니다’ 이렇게 기도하세요. 쓰러지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저녁에 눈 감고 잤다가 아침에 눈 뜨듯이, 눈 감았다가 병원에 가서 주사 맞고 눈 뜨면 되잖아요.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에요.”

 

“스님, 질문이 하나 더 있는데요, 제가 수컷 진돗개를 키우고 있는데요, 암컷을 또 살 예정이예요. 현재 수컷의 이름을 ‘금강’이라고 지었어요. 금강경의 금강이에요. 그래서 암컷 이름을 어떻게 지어야 될지 고민이에요.”(모두 웃음) 

 

“스님이 남의 이름을 지어준 적이 한번도 없지만, 오늘은 질문자가 원하니까 하나 지어줄게요. 암컷은 ‘삼매’라고 하세요.”

 

“삼매가 뭐예요?”

 

“‘금강삼매경’이라는 경전에서 따온 거예요.” 

 

“아, 예.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엄마가 질문자를 잘 키웠네요. 흔히 장애인이나 환자를 자식으로 두게 되면, 대부분 엄마들의 욕심이 아이들을 크게 고통스럽게 합니다. 만약 정상인의 능력이 100이라면 장애인의 능력은 80만 되어도 엄마가 ‘그 능력으로도 너는 행복할 수 있다’ 이렇게 격려를 해야 되는데, 그걸 자꾸 100으로 만들려고 아이를 끌고 온 천지를 돌아다니다 보니까 아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100이 안 되는 자신에 대해 열등의식을 갖게 되고, 엄마도 자식 치료하려다가 자기 인생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모두 괴롭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장애를 재앙이라고 하고, 부처님도 탓하게 되고, 하나님도 탓하게 됩니다. 

 


 

사실은 ‘이런 아이를 나에게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키워야 합니다. 아이 스스로 다른 아이와 비교하면서 ‘나는 이래서 문제다’라고 열등의식을 갖더라도 엄마가 오히려 ‘아니다. 너는 행복할 수 있어. 지금 잘 하고 있는 거야’ 이렇게 격려하면서 아이를 키우면 아이의 마음이 맑아지게 됩니다. 팔도 없고, 다리도 없는 호주인 ‘닉 부이지치’라고 아시죠? 우리나라에서 그런 아이가 태어났다면 대부분 버려지거나 시설에 맡겨져서 마음에 상처가 많이 났을 거예요. 장애를 죄의 과보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부모는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이런 애를 낳았느냐’ 하면서 하소연을 하게 되니까요.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까 부이지치의 어머니는 기독교 신자인데, 딱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주여, 저에게 이런 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는 겁니다. 그런 아이를 주의 축복으로 받아들인 거지요. 그렇게 구김살 없이 자랐기 때문에 팔 다리가 없는데도 전 세계를 다니며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거예요. 중요한 건 공부를 잘 하고, 인물이 잘 생기고, 건강한 게 아니에요. 아이가 공부 잘 하고, 인물 잘 생기고, 건강하면, 그런 아이를 좋아하는 건 이웃집 아줌마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엄마’는 없고 전부 ‘이웃집 아줌마’만 있는 거예요.(모두 웃음) 

 

아이가 아프고, 장애가 있고, 말도 안 듣고, 공부도 안 해서 천하의 사람들이 모두 ‘저런 애는 없는 게 낫겠다’라고 해도 그 아이를 사랑하는 게 엄마입니다. 지금 여러분들의 자녀들은 이웃집 아줌마가 필요한 게 아니라 엄마가 필요한 거예요. 아이들이 방황하는 이유는 이웃집 아줌마의 요구만 있지 엄마의 사랑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식 둔 엄마들은 반성을 좀 하시고, 질문자의 어머니를 많이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모두 박수) 

 


 

그리고 우리 사회도 이제 이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가정이 행복할 수 있도록 짐을 같이 져주고 공동책임을 지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내가 벌어서 나만 먹는다’는 생각만 한다면 우리도 모르게 재앙이 찾아오게 됩니다. 여러분은 이걸 잘 아셔서 부디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어가면서 주어진 내 삶도 행복하게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출처 http://www.jungto.org/buddhist/budd8.html?sm=v&b_no=73332&page=1&p_no=74&sch_mode=sch_title&search_word=%EC%95%88%EC%9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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