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추천하는 BGM
레딧에는 Writing Prompt, 줄여 WP라고 해서
소설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내용을 글 제목으로 제시하면
이를 보고 댓글로 소설을 쓰는 게시판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글 중 하나를 번역했습니다.
원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WP] 매일 밤 3시 30분.
전체 인구의 10%가 불가사의하게, 그리고 영원히 사라진다.
남는 것은 옷가지뿐.
당신은 어쩌겠습니까?
또, 사회는 이에 어떻게 대처하겠습니까?
본문:
사라지는 과정은 순식간이며, 고통도 없습니다.
그리고 설명할 방법도 없습니다.
인간관계가 어떻게 달라지겠습니까?
참고로 인류의 수는 상당히 빨리 줄어듭니다.
일주일 후에는 전 인류의 50%가 사라질 것입니다.
한 달 후에는 전 인류의 4%만이 남아있을 것입니다.
6개월 뒤에는 지구상에 100명 미만만이 남아있을 것입니다.
이야기의 시작 지점은 언제로 잡아도 상관없습니다.
제출자: TheBiggestZander
작성자: ChangMinny
4월 21일
개혁이 일어났다.
남겨진 이는 전부 죄인에, 향락주의자에, 이교도에, 무신론자들밖에 없다.
우린 하나님께서 택해주신, 하나님께서 사랑해주시는 이들이 아닌 것이다.
오늘 밤 교회에서 기도를 올리기로 했다.
하나님께 용서를 빌기 위해.
정성을 다해 기도한다면 우리도 간택 받을지도 모른다.
4월 22일
또 다시 개혁이 일어났다.
우리 교인 중 한 명도 간택 받았다.
휴스 씨께선 연세도 많고 몸도 여러모로 편찮으신 분이셨다.
하나님께서 딱하게 여기신 것이 틀림없다.
오늘 밤에는 더 열심히 기도해야겠다.
내일도 개혁이 일어난다면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다.
4월 23일
하나님, 읽고 계십니까? 들리십니까?
실로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저는 여태까지 신실한 신자이지 않았습니까.
혹시 남편과 동침하기 전에 저스틴과 동침하였기 때문입니까?
용서를 빌었습니다.
저는 용서 받지 못한 것입니까?
4월 24일
주님, 오늘도 저를 남겨두셨군요.
오늘 새벽 저희 막내를 데려가셨지요.
아들이 곤히 자고 있던 자리에는 잠옷만이 남겨져 있었습니다.
주님, 막내를 찾지 못하였을 때는 슬픔의 눈물을 흘렸으나,
지금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나이다.
제 아들을 성전에 데려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를 버리시더라도 저의 남은 두 아이만은 버리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어미의 죄가 아이들의 죄가 되지 않게 해주시옵소서.
4월 25일
개혁인가요?
주님, 오늘 뉴스에서 웬 과학자들이 주님의 권능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 소리를 하는 치들의 “데이터”에 따르면 주님께서 매일 밤 전체 인류의 10%를 데려가신다고 합니다.
그 10%는 주님의 곁에 있을 자격이 생길 정도로 열심히 기도한 이들입니까?
저 또한 더 열심히 기도하여야 합니까?
온종일 무릎을 꿇고 있었던 것 때문에 무릎에 멍이 가득합니다.
이것이 제 고행이겠지요.
4월 26일
저보다 제 남편을 먼저 데려가셨군요.
하느님 아버지, 어이하여 그이입니까?
비록 제게 자식을 주기는 하였으나 그이가 불경한 자였음은 주님께서도 아시잖습니까.
그이는 저희가 기도한 만큼 기도한 적도,
주님께서 개혁을 시작하셨다고 해서 교회에 간 적도 없습니다.
주님, 그이는 박정했습니다.
다른 여자들에게 손을 대고, 제가 그의 부정을 논하자 저를 때렸습니다.
저희 아이들도 때렸습니다.
신이시어, 어째서 자신의 자녀에게 손찌검을 하던 남자를 데려가시나이까?
그이가 대체 무엇을 했기에 그 죄를 씻어냈단 말입니까?
4월 30일
지난 며칠간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전기가 불안정하다 보니 저녁에 글을 쓰는 것이 매우 힘들어졌습니다.
아이들이 기도할 수 있도록 교회에 데려가긴 했으나 차마 제가 기도를 올릴 수는 없었습니다.
주님께서 저를 버리셨으니까요.
그저 주님께서 제 아이를 버리시지 않길 바랄 따름입니다.
인류의 반이 사라졌음에도 아직 여기 남아있으니 말입니다.
5월 2일
뉴스에 따르면 전 인류의 20억 미만이 남았다고 합니다.
고작 12일 전만 하더라도 70억이었는데도요.
저희를 참으로 빨리 데려가 주시는군요.
사람들은 공황상태에 빠졌습니다.
정전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거의 촛불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혹독한 겨울이 아닌 봄이라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어젯밤 주님께서 메리를 데려가셨다.
내 사랑스러운 아이. 넌 이제 하나님과 동생과 함께 있겠구나.
행복하게 지내렴, 내 아가.
내일 뉴스가 있을지 궁금하다.
전기가 들어올까?
남편이 비상시를 대비해 음식을 쌓아놓은 게 다행이다.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5월 28일
사랑한다, 조셉. 엄마도 곧 따라갈게.
주님, 부디 곧 따라가게 해주시옵소서.
7월 21일
글을 쓸 마음이 들지 않는다.
이 종이를 만져본 지 너무 오래되었다.
너무 많은 것이 사라졌다. 너무 적은 수의 사람만이 남았다.
마지막으로 들은 보도에 따르면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 아니라고 한다.
우리를 데려가는 무언가가 있다. 하지만 무엇인지는 모른다.
두렵다. 하나님께 믿음이 가지 않는다.
내 아가들은 누가 데려간 거지? 남편은? 친구들은?
최근 너무 배고프다.
남편이 남겨놓은 음식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9월 17일
오늘 다른 사람을 발견했다.
그 여자에게 단숨에 달려가 꼭 끌어안았다.
기나긴 시간 동안 포옹했다.
여자의 이름은 크리스타라고 한다.
선생이었다고 한다.
배가 고프다고 하기에 집안으로 들여보냈다.
최근 필요한 물품을 찾는 솜씨가 늘었다.
다시금 다른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무척 행복했다.
크리스타가 오늘 날짜를 말해줬다.
날짜를 알 수 있도록 달력을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날짜를 잊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제 나도 잊고 싶지 않다.
9월 18일
크리스타와 함께 있는 순간이 정말 즐겁다.
주님, 혹시 크리스타를 제게 보내주신 건가요?
한동안 믿음이 흔들렸다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제게는 크리스타를, 크리스타에게는 저를 선물로 주셨다는 것,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나님.
9월 19일
크리스타가 토마토를 발견했습니다!
철이 한참 지났는데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고 되물었지만, 실제로 있었습니다.
참으로 달콤한 데다 과즙도 풍만했습니다.
훌륭한 저녁을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디어 제 기도에 답해주시네요.
10월 3일
남자를 찾았다!!
트로이라고 한다.
엄청나게 초췌하고 말라 있었다.
크리스타와 함께 집으로 데려왔다.
잔뜩 살찌워줘야겠다.
10월 5일
트로이 말에 따르면 우리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고 한다.
워낙 동떨어져 있는 곳이다 보니 개혁의 여파로 일어난 혼돈을 겪을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도시는 불을 끌 수 없어 타버렸다고 했다.
가까스로 맞닥뜨린 몇몇 사람들은 소지품을 모조리 앗아가거나 공격하거나 하고,
한 번은 트로이를 제물로 바치려던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트로이는 우리가 받아준 것이 고맙다며 감사를 표했다.
우리 모두를 한 자리에 모으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드렸다.
10월 7일
트로이는 불신자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신의 존재를 믿는다고 하네요.
제가 믿는 신인지는 모르겠지만 있는 건 알겠다고 합니다.
이 개혁에서 남겨진 것에 유일한 장점이 있다면
트로이처럼 제가 믿는 주님을 따르도록 개종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일 겁니다.
10월 13일
오늘 아침 크리스타가 간택 받았습니다.
곧 다시 볼 수 있길 바랍니다, 친구여.
제가 너무 외롭지 않도록 트로이를 내려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10월 17일
트로이와 동침하였습니다.
주님,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함께하였으니 노하셨을 거라는 것 압니다.
하지만 제 육신은 너무도 나약하며,
트로이와 함께할 때는 진정 편안합니다.
부디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10월 21일
트로이는 사하였으나 저는 사하지 않으시겠다는 겁니까?
왜죠?
대체 뭘 해야 만족하시겠다는 겁니까?!
제게서 전부 앗아가시지 않으셨습니까.
10월 22일
당신이 밉습니다.
10월 23일
당신이 밉습니다.
10월 24일
당신이 밉습니다.
10월 25일
당신이 밉습니다.
10월 26일
당신이 밉습니다.
10월 29일
당신이 밉습니다.
11월 1일
주여, 그간 너무 비통하였나이다.
주님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부디 이 죄인을 사하여주시옵소서.
11월 10일
저는 용서 받지 못하는 것입니까?
11월 11일
※번역 관련 지적이나 조언, 제안 등등 환영합니다.
출처 | 원본: http://redd.it/32xhoy 제출자: TheBiggestZander 작성자: ChangMinn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