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 개는 몸이 안 좋습니다. 사고 때문에 다리를 절거든요. 병원도 수시로 들락날락 했는데
제대로 진단하는 데는 없고,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돈만 수백 깨졌습니다. 입원과 퇴원 반복하니까
멍멍이가 불안 증세까지 보이길래 지금은 운명이려니 하고 삽니다.
이 녀석이 산책을 그리 좋아하는 데요. 나갈 때마다 무신경한 동네 사람들 때문에 상처를 받네요.
'개가 어디 아파요?' 이렇게 물어 보는 건 귀찮기는 해도 마음 아프지는 않은데
'어머, 저 개 어디 아픈가봐, 다리를 왜 전데...' 이렇게 시작해서 지들끼리 어쩌고, 저쩌고.
어릴 적, 지나가던 장애인 보고 '저 사람은 왜 저렇게 걸어?' 물었다가
크게 혼난 기억이 납니다. 밖에서, 당사자가 들리게 이야기 하는 건 안 된다고.
사실이라도 입 밖으로 내서는 안 되는 거라고. 사실이라서 더 상처 받는다고.
그냥 아픈 사람이구나 하고 지나가라고. 니가 알면 뭘 해줄 건데, 고쳐줄 수 있으면 물어보라고 혼났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아니라 개라서 그런지 참 다들 무신경하네요.
그냥 아프구나 하고 지나가는 게 그리 어려운지.
꼬치꼬치 캐묻고, 토론하고, 진단하고;
그나마 제가 남자고, 덩치가 좀 있으니까 덜 묻지
엄마나 여자친구가 산책 데려가면 더 한다고 하네요.
에고 그냥 속상해서 넋두리 한 번 해봤습니다.
그냥 끝내기 민망하니 사진 한 장.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