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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생주이멸生住異滅"
게시물ID : lovestory_791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edIUm
추천 : 1
조회수 : 123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7/14 03: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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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원소의 물질적 결합으로 조건에 따라 변해갑니다. 일순간도 머무르지 않고 낡은 세포는 소멸하고, 그 빈자리는 새로 생성된 세포로 메워져요. 우리는 항상恒常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렇게 생성소멸이 되풀이하며 끊임없이 변해갑니다이런 우리 몸의 변화를 '생로병사生老病死'라고 하지요.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가지 생각이 일어나면 계속 머물러 있을 것 같지만 이내 흩어지고 사라져버려요. 이것을 '생주이멸生住異滅'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상대의 마음이 한결같기를 바라지만 사실은 불가능한 기대입니다. '죽을 때까지 서로 사랑하'고 아무리 굳게 약속을 해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마음은 변하게 마련이에요. 이게 마음의 성질입니다. 그런데 이런 성질을 알지 못한 채 마음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니까 그렇게 되지 않으면 괴로워지는 거예요


 마음은 매 순간 끊임없이 일어났다 사라집니다. 그래서 '이것이 마음이다' 하고 내놓을 만한 실체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기쁘다, 슬프다, 두렵다, 외롭다 하는 갖가지 마음에 집착해서 걱정과 근심을 합니다

 

 지금은 연애를 하고 있는데 결혼 후 상대방이 마음이 바뀔까 걱정이라는 분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연애하다 마음이 변하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결혼한 뒤 마음이 변한다고 해서 그때마다 배우자를 바꿀 수는 없으니 오직 한 사람만 보면서 평생 살아야 된다는 걸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 뒤로는 마음의 짐이 되었는지 연애도 잘 안 됩니다. 마음이 변하지 않는 방법, 변하더라도 좋은 쪽으로 변하는 길이 있을까요?"


 그런 길은 없습니다. 마음의 성질이 원래 꾸준하지 않습니다. 금방 좋았다가 금방 싫어지고, 금방 천생연분이었다가 금방 철천지원수가 되고, 늘 그렇게 왔다갔다 죽 끓듯이 변하는 게 마음입니다. 옳으냐그르냐의 문제를 떠나 마음의 성질 자체가 그렇습니다


 똥 누러 갈 때 마음과 똥 누고 올 때 마음이 다르고, 돈 빌릴 때 마음과 돈 갚을 때 마음이 다르고, 혼하자고 따라다닐 때 마음과 결혼한 뒤의 마음이 다릅니다.


 결혼해서 살다가도 한 번쯤 데이트해보고 싶은 이성을 만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 마음이 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마음이 일어나지만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뿐입니다. 하고 싶은 대로 했을 때 얼마나 큰 손실이 따르고, 하기 싫다고 안 했을 때 얼마나 큰 이익을 잃어버리는 줄 알면 하고 싶어도 안하게 되고, 하기 싫어도 하게 됩니다


 연애는 싫어지면 헤어져도 되는 자유로운 관계라서 마음 따라 움직여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상대가 나를 싫어하거나 내가 상대에게 싫증을 느낄 땐 헤어지는 편이 오히려 낫고 괴로움이 적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도 계속 그렇게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인다면 좋지 않은 과보가 따릅니다. 그래서 좋고 싫은 감정에 치우치기보다 감정 너머의 세계로 가야 합니다


 결혼을 한다고 해서 감정 자체가 변하지 않고 늘 좋은 마음만 갖기를 바랄 수는 없지만 온갖 나쁜 감정이 일어나더라도 거기에 휘둘리는 대신 좀더 넓고 긴 안목으로 삶 전체를 봐야 합니다


 '감정이란 본래 이렁나고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 정도만 이해해도 감정에 취둘려서 큰 손실을 입는 일은 피할 수 있습니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우리 마음이 바뀌지 않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마음이 바뀌는 줄 알고 그 변화에 구애받지 않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좋아도 너무 들뜨지 않고, 싫어도 너무 가라앉지 않고, 평온한 삶이 됩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유지하라는 것은 아무리 강요해도 그렇게 될 수가 없습니다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마음은 변하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먼저 받아들이고, 그래도 그 사람과 계속 살지 말지 선택하는 길밖에 없어요.


 우리 마음은 한번 일어나면 잠시 머물렀다가 흩어져서 사라집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마찬가지예요. 마음이라는게 이렇듯 시시때떄로 바꾸기 때문에 믿을 게 못 되는데, 문제는 변하는 것을 변하지 않는다고 잘못 알고 있는 데서 괴로움이 생기는 겁니다. 이런 마음의 작용을 알면 상대를 고치겠다고 부질없이 노력하거나, 고쳐지지 않는다고 상대를 미워하는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출처 법륜 스님의 '행복'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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