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조선일보는 "멈출 줄 알아야 위험하지 않다."는 최보식 선임기자의 칼럼을 실었다.
내용인즉슨 문재인, 안철수 야권 유력 주자는 여기서 더 강공으로 나아가서는 안 되고
적당한 선에서 멈추는 것이 현명한 행보라는 것이다.
또, 금방 조선닷컴 기사를 들러보니
추미애 대표가 무책임하게 극단적인 언어로 분쟁을 조장한다거나
이재명 시장의 강성 발언으로 지지율 오르자 야권 주자들이 따라하기에 나섰다는 비판적 기사도 눈에 띠었다.
이는 지난 번 촛불 집회 전의 편집 태도와 확연히 다른 것이다.
이렇게 논조가 바뀐 데에는 한 가지는 집히지만, 핵심적인 다른 이유는 모르겠다.
첫번째 이유는 문재인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하야 입장을 보류하다가
퇴진 운동에 적극 나서겠다고 다른 야권 대선주자와 같은 입장을 피력하였다는 점이다.
보수 세력으로서는 야권 대선 주자 모두 박근혜 퇴진을 부르짖었으니 한데 묶어 다룰 수 있는 여건이 마무리된 셈이다.
그동안, 조선일보가 계속 야권과 맥을 같이하여 강경 기조를 유지한 데에는
문 전 대표가 퇴진에 찬성하지 않아서 야권 유력 정치인을 한데 묶을 수 없었고,
이는, 다음 국면으로 전환하는 데 찝찝한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문 전 대표의 입장 전환은 향후 박근혜 퇴진 운동이 역풍이 분다든지 했을 때,
야권 유력 대선 주자 전부를 도매금으로 공격할 수가 있다.
(안희정이 퇴진 입장으로 선회하지 않았지만, 차차기를 노리는 마이너 후보니까 큰 의미 없다.)
요컨대, 박 대통령이 하야 압력을 받을 만큼 코너에 몰렸고,
야권 유력 주자 모두가 대통령의 하야 입장을 표명하자마자
조선일보가 잽싸게 국공합작의 대열을 이탈하여 중립적 심판자 포지션으로 전환한 셈이다.
왜 그랬을까?
권력 심층부의 내부 돌아가는 사정을 알 수 없지만, 생각나는 대로 경우의 수를 나열해 보면 이렇다.
1. 박근혜 정권과 모종의 딜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2. 조선일보가 구상하는 차기 정권 창출 시나리오상 야권과의 국공합작은 이 정도로 족하고 다음 국면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즉, 새누리당에 비박 지도부가 들어서고 그 지도부를 중심으로 새로운 보수 정권 창출을 모색하고
정치권의 대혼란의 책임에는 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강경 투쟁 일변도의 야권과 야권 유력 대선주자들의 책임으로 몰아붙이려는 것일 수 있다.
3. 박근혜 대통령이 내년 하반기까지 정권 유지가 예상되어 계속 야권과 손잡고 공격하다가는 종편 인가 취소라든지
친박 지지자들의 절독 운동으로 타격을 볼 것을 우려해서일 수 있다.
쉽게 말해서, '겁 집어 먹어서.'
야권이 조선일보의 논조를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중요한 변수로 그 동향을 살필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끄적거려 봤습니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