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호의 기침이 서서히 심해지고 있다. 

목을 부여잡고 주먹으로 가슴을 친다. 

옆에 있던 태준이와 영민이 역시 마찬가지다. 

맨 먼저 영민이가 바닥에 쓰러진다. 

침을 질질 흘리며 가슴을 마구 치다가 이리저리 뒹군다. 

이미 기침소리인지 비명소리인지 헷갈리는 신음은 온 산에 울릴만큼 시끄럽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철호의 말대로 이곳은 아무도 찾아올 곳이 없는 외딴 산 속이다. 

쓰러져서 엎드린 철호가 한 손으로 목을 부여잡고 비명에 가까운 기침을 한다. 

다른 손으로는 너무 고통스러운지 바닥의 바위를 손톱으로 긁는다. 

손톱이 빠지고 부러졌지만 이미 그 고통은 느낄 수 없는 모양이다. 

세 녀석의 비명소리가 세레나데처럼 울린다. 

화장실에서 나에게 구정물과 소변을 먹이고 내 바지를 벗겨 반 아이들에게 망신을 주던 녀석들의 비명소리가 왠지 달콤하다. 

사실 지금이라도 이 녀석들을 살려줄 순 있다. 

하지만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 

그동안 당해온 치욕과 고통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이 녀석들에게 어울리는 최후다. 

철호는 우리반 짱이다. 

그런 녀석이 지금 내 바지자락을 부여잡고 살려달라는 쇳소리를 낸다. 

녀석의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돼 일그러져 있다. 

아마 대걸레로 흠씬 두들겨맞은 내 얼굴도 저랬겠지?

그때도 녀석은 나를 벌레 보듯이 내려다 보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 나처럼...

녀석들이 실수한거다. 

이 산 속에 불러와놓고는 나보고 산 아래로 내려가 햄버거와 콜라를 사오라니...

운이 좋았다.

외할머니집 창고에서 그것을 발견했을 줄은...

태준이는 나에게 "20분 안에 돌아오지 않으면 1분에 10대"라고 했다. 

지금 이 광경을 생각하면 그깟 구타야 얼마든지 당해준다고 했다. 

지금 이 광경... 녀석들이 시키는대로 발가벗고 고추를 흔들며 춤을 출 정도로 좋다. 

신난다. 녀석들의 최후...

비명소리가 잦아들었다. 

지금 녀석들은 고통스럽지만 이젠 비명과 기침이 나오지 않을만큼 지친 모양이다. 

철호는 손톱이 빠진 손가락으로 바닥을 긁으며 얕고 거친 신음을 낸다. 

간헐적으로 깊고 큰, 쉰소리의 신음을 내지만 이젠 힘이 없다. 

쉽게 정신을 잃을수도 없을 것이다.

정신을 잃기엔 저 고통은 최대 4일동안 지속된다. 

아마 정신을 잃을만하면 폐가 굳어가는 고통에 다시 깨어날 것이다.

그 후에는 저산소증과 콩팥기능장애, 각종 장기 훼손 등으로 고통에 몸부림치다 죽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해줘도 이미 녀석들은 알아듣지 못한다. 

산 속의 해가 저물어간다. 

녀석들을 나무기둥에 묶었다. 

기왕 고통스럽게 죽일거 쓰러져 있는 것보다 서 있는게 더 고통스러울테니 말이다. 

쳐질대로 쳐진 육체는 여전히 호흡을 갈구하고 있지만 내가 그 호흡을 허락하지 않았다. 

최소 일주일동안, 이들은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을 것이다. 

일주일... 시간은 충분하다. 

내일 나는 학교에 가지 않을 것이다. 

나를 괴롭히는데 동참하고 방조한 2학년 3반 친구들...

녀석들에게 빵과 콜라를 배달할 예정이다. 

내가 늘 사다주던 그 빵, 그 콜라.

그라목손을 음독하면 음독량에 따라서 다음과 같은 중독 증세를 보입니다. 

　

1. 찻숫갈로 하나 이상을 음독하면 일단 치사량입니다. 즉 두명 중 한명은 사망한다는 의미입니다. 사망까지 걸리는 시간은 음독 양에 따라 다음과 같이 다릅니다.

　

① 한두모금(20~40CC)을 음독한 경우 : 70~80%의 환자가 7~10일 이내에 사망하며 사망원인은 호흡부전입니다(폐손상).

　

② 3~4 모금(50~80CC) : 대부분의 환자가 3-4일 이내에 사망하게 되며 호흡부전(저산소증), 신기능장애, 췌장, 간장, 심장손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③ 100CC 가량 음독하면 모든 환자가 하루 이틀 내에 심장마비로 사망합니다.

　

2. 찻숫갈로 하나 이하를 음독한 경우에는 음독 양이 5CC 미만이면 특별한 치료 없이도 생존할 수 있습니다. 5~10CC 사이를 음독한 경우는 음독 후 수시간 내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으면 60~70% 생존합니다.

- 순천향대학교 천안 병원 홍세용 교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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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전에 쓴게 반응이 좋아서 하나 더 써봤는데 아무래도 무리수인듯....

얼마전에 본 영화에서 농약먹고 죽는 연기가 상당히 디테일하게 그려졌는데(제목 말하면 스포일러라 자제함), 그걸 좀 참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