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군사가 지난해 동쪽 우량하를 칠 때,
너희 나라가 군사를 일으켜 요격을 한 뒤에 또 명나라와협조하여 우리나라를 해쳤다.
그러나 이웃나라끼리 사이좋게 지내기를 생각하여 끝내 개의하지 않았는데,
우리가 요동을 얻게 되자 너희는 다시 우리 백성을 불러다가
명나라에 바쳤으므로, 짐이 노하여 정묘년에 군사를 일으켜
너희를 정벌하였던 것이다.
이것을 어찌 강함을 믿고 약한 자를 능멸하여
군사를 일으킨 것이라 할 것이냐?
그런데 무엇 때문에 그 후로 거듭 너희 변방 신하들을 타이르기를,
‘정묘년에는 부득이 잠시 기미를 허락한것이다.
이제 정의로 결단을 낼 때이니 경들은 각기
여러 고을을 타일러 충성스러운 사람들로 하여금 각기 책략을 본받게하고
용감한 사람으로 하여금 자원해서 종군하게 하라.’ 등등의 말을 하느냐?
이제 짐이 친히 너희를 치러 대군을 거느리고 왔다.
너는 어찌하여 지혜로운자가 책략을 본받고 용감한자가
종군하게 하지 않고서 몸소 일전을 담당하려 하느냐?
짐이 강대함을 믿고 추호도 서로 범하지 않았는데,
너희는 약소국으로 도리어 우리의 변경을 소란하게 하며,
산삼을 캐는 자,사냥을 하는 자를 어찌하여 짐의 도망한 백성이라 하여 데려다가
명나라에 바치느냐?
또 명나라의 공․경 두 장수가 투항하여 짐의 군사가 가서
그를 응접하려 하는데, 너희 군사가 대포를 쏘아 방해한 것은 무엇 때문이냐?
이것은 함부로 전쟁을 일으킬 실마리를 또다시 너희가 연 것이다.
짐의 아우와 조카 등 여러 왕이 너희에게 글을 보냈는데
어찌하여 종래에 서로 글을 통한 예가 없다고 하였느냐?
정묘년(1627)에 너희를 정벌하러 오자, 너희는 섬 가운데로 달아나
오직 사신을 보내 강화를 빌었는데, 그때 글이 오고간 상대는 여러 왕이 아니고
누구였는가? 짐의 아우나 조카가 어찌 너만 못하냐? 또 외번의 제왕이 글을 보냈으나 너는 끝내 거절하고 받지 않았다.
그들은 곧 원나라 황제의 후손인데 어찌 너만 못하냐?
원나라 때에는 너희 조선이 끊이지 않고 조공을 바쳤는데,
이제 와서 어찌하여 하루아침에 이처럼 도도해졌느냐?
보낸 글을받지 않은 것은 너의 어리석고 교만함이
이에 이르러 극에 달한 것이다.
너희 조선이 요,금,원 세 나라에 해마다 조공을 바치고 대대로 신하를 일컬었지
옛날부터 언제 남을 섬기지 않고
스스로 편안히 지냄을 얻은 일이 있느냐?
짐이 이미 너희 나라를 아우로 대접했는데 너는 더욱 더 배역하여
스스로 원수를 만들어 백성을 도탄에 빠트리고,
도성을 포기하고 대궐을 버려 처자와 떨어져서 서로 돌아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겨우 한 몸이 산성으로 달아나 비록 천년을 산들 무슨 얻을게 있겠느냐?
정묘년의 치욕을 씻는다고 눈앞의 평화를 깨뜨리고 화를 스스로 불러서 후세에 웃음거리를 남기려 하니,
이 치욕은 또 장차 어떻게 씻으려 하느냐?
이미 정묘년의 치욕을 씻으려 생각했으면,
어찌하여 목을 움츠려 나오지 않고 여인의 처소에
들어앉아 있는 것을 달게 여기느냐?
네가 비록 이 성에 몸을 숨기고 있으면서도 생각은 욕되게 살기를 바라지만,
짐이 어찌 너를 놓아줄까 보냐?
짐의 여러 내외 왕과 신하들이 짐이 황제로 선포하길 권고하였음을
네가 듣고는, ‘이런 말을 우리나라의 군신이
어찌 차마 들을 수 있느냐’ 고 말한 것은 무엇 때문이냐?
황제를 일컫는 것이 옳고 그름은 너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이 도우시면 필부라도 천자가 될 수 있고,
하늘이 화를 주시면 천자라도 외로운 필부가 될 것이다.
산골구석 궁색한 기와 밑에 앉아있는 너 따위가 뭔데 감히 천하의 천자를 점지하느냐?
뿐만 아니라 맹약을 배반하고 성을 쌓았으며,
사신 대접하는 예가 갑자기 못해졌고,
또 사신을 보내서 너희 재상을 만나보게 했더니 계교를 꾸며
쳐서 사로잡으려고 한 것은 무엇 때문이냐?
명나라를 아비로 섬기고 우리를 해치려는 것은 무엇 때문이냐?
이러한 것들은 특히 큰 죄 몇 가지를 든 것이고,
그 나머지 소소한 혐의는 이루 다 들어 말하기가 어렵다.
이제 짐이 대군을 이끌고 너희 8도를 소탕할 것인데
너희가 어버이로 섬기는
명나라가 어떻게 너희를 구원하는가 내 두고 보겠다
자식이 위험에 처했는데 어찌 구원해 주지 않는 어버이가 있으랴
그렇지 않다면 이는 스스로 백성을 물불속에 빠트린것이니
수많은 중생이 어찌 너에게 원한을 가지지 않겠느냐?
네가 할 말이 있거든 분명히 고하라, 막지 않을 것이다.
청나라 황제가 명필인듯, 시원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