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정호성(47·구속)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기업체 출연으로 민간재단이 만들어진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라”는 뜻을 전해줬다고 최순실(60·구속)씨가 검찰에 주장했다. 그간 미르·K스포츠재단을 좌지우지하며 국정농단을 주도한 당사자로 지목됐던 최씨가 ‘박 대통령의 아이디어’였음을 밝힌 셈이다. 검찰이 “의혹들의 정점에 대통령이 있다”고 공언한 데에도 이러한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씨는 “재단들의 설립 시기에 대통령이 먼저 ‘기업체 출연을 받아 재단이 만들어지니 관심을 갖고 지켜보라’고 전해줬다”는 취지로 최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 진술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최씨는 정호성(47·구속)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의 문화융성 관련 재단 설립 아이디어를 들었다고 검찰에 말했다. 최씨는 이른바 ‘문고리 3인방’ 가운데 정 전 비서관만을 접촉했다고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씨가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의 정책적 의중을 파악했고, 이를 통해 향후 문화·체육계의 이권에 개입할 여지를 얻었다고 의심한다. 검찰은 최근 최씨에게 정 전 비서관과의 휴대전화 통화 녹음 내용을 직접 들려주고 “내 목소리가 맞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정 전 비서관은 태블릿PC에 담긴 문건들 이외의 청와대·정부 문건 다수를 최씨에게 유출한 것으로 최근 조사되기도 했다.
최씨는 그럼에도 검찰 조사에서 “기억이 안 난다”거나 “모르겠다”로 일관하며 본인을 둘러싼 의혹들을 대개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이 대통령 정책기조에 부합한 내용이었다고 강조했고, 대기업들의 출연 금액은 재단 안에 보관되고 있다는 취지로 소명하고 있다.
검찰이 내부 디지털증거 분석까지 완료한 태블릿PC에 대해서도 여전히 “내 것이 아니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차은택(47·구속)씨를 이른바 ‘문화계 황태자’로 키워준 핵심 역할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그는 CF감독이던 차씨가 정부 요직에 기용되는 과정에 본인의 천거가 없었고, “이미 문화융성위원이 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재단들과 관련해 차씨, 고영태(40)씨의 이권을 부탁한 적도 없다”고도 강조했다.
최씨가 국정농단의 핵심으로 꼽혀온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아이디어를 대통령에게서 오히려 먼저 들었다고 진술하면서 검찰의 대통령 직접 대면조사는 더욱 시급해졌다. 기소를 앞둔 최씨는 “내가 잘못한 게 10가지라면, 지금 1000가지를 잘못했다고 한다”며 억울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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