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된 일이지만 갑자기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그 당시 저희 아버지는 소위 말하는 기러기 아빠였습니다.
자식 학비 벌겠다고 생활비 좀 보태 보려고 홀로 떨어져 살고 계셨죠...
제 생일 때 아버지께서 영상으로 생일 축하한다는 영상 보내주셨는데 뭐 평소 자식들 아끼셔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고맙다고 했죠.
그런데 그 날 따라 저도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평소에 잘 안 하던 일을 했죠.
아버지께서 안 그래도 혼자 계시고 많이 외롭고 쓸쓸하겠다 싶어 저도 고마움을 담아 장문의 카톡을 보냈는데 주 내용은 사랑해요 고마워요 아버지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사실은 많은 의미를 두고 쓴 것이라기보다 형식상 축하에 대한 답장으로 그냥 보낸거였어요.
평소에도 어머니한테 애가 왜 이렇게 무뚝뚝하냐는 소리를 많이 듣고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얘기도 잘 안 하거든요.... 부모님이 싫은 것은 절대 아니고 뭔가 낯간지러워서 그래요. 남자들은 많이 그러잖아요?
뭐 가끔 어머니한테는 술 먹는 날 늦지 않게 가겠다 사랑한다 이 정도는 하지만 아버지한테는 잘 안 하고 정감 가는 말을 쉬이 주지는 않았죠.
그런데 제가 그 카톡을 보낸 다음 날 (찍어서 올리고 싶은데 핸폰 바뀌어서 없네요 ㅠㅜ) 밖에 있다가 집에 왔을 때 어머니께서 아빠 오늘 기분 매우 좋아서 술 드시고 엄청 취해서 영상 통화 하셨다네요.
왜 그런지 들어보니 아들한테 사랑한다는 말 (비록 글이지만) 몇 년 만에 처음 들어봐서 오랜만에 힘이 나고 일할 맛도 나고 너무 기분이 좋아서 그 날 술 엄청 마셨다네요 ㅎㅎ.....
그걸 듣고선 뭔가 미안하기도 하고 그 동안 자식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 같아서 죄스런 생각도 들었죠...
그 날 이후로 앞으로 어머니도 그렇고 아버지께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해야겠다고 생각했네요...
여러분 아버지한테 물론 어머니한테도 사랑한다는 말 자주 하세요! (특히 애교 없고 무뚝뚝한 아들들!! ㅋㅋㅋ)
그 기쁨이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크답니다 ㅎㅎ
지하철에서 아장아장 걷는 애기가 아빠 사랑해라고 말하며 품 안에 껴안는 모습 보고 갑자기 생각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