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5일(화), 우리대학교 신촌•원주캠 교수 440명이 '최근 헌정유린 사태에 대한 연세대학교 교수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시국 선언 준비에 참여한 사회학과 김왕배 교수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헌법유린과 국정농단 사태는 해방 이후 가장 큰 비리와 부패의 역사라고 볼 수 있다"며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지난 8일부터 교수들이 힘을 모아 서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시국선언 이후에도 이 사건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래는 시국선언문 전문과 참여 교수 명단이다.
<최근 헌정유린 사태에 대한 연세대학교 교수 시국선언>
광화문과 전국을 뒤덮은 백만 촛불의 함성은 정의로운 국가, 자유와 평등, 연대의 민주공화국 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열망의 외침이다. 또한 분노의 저항마저도 평화로운 축제로 승화시키는 성숙한 시민을 상대로 퇴행적 통치행위를 일삼아 온 박근혜 정권을 엄중히 단죄하라는 국민주권의 명령이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 무책임, 비리와 부패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국정농단 사태’를 지켜보며 우리 연세대학교 교수들은 비통한 마음과 함께 민주공화국의 기초가 위기에 봉착하고 있음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헌정(憲政)의 원칙과 대의를 아랑곳하지 않는 박근혜 정부의 비(非)정상적 국정운영은 민주공화국의 근본가치와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고, 공공의 가치를 사유화하려는 세력들의 국정농단으로 인해 국민 모두가 참기 어려운 절망과 분노, 수치심과 모욕의 늪에 빠져있다. 이번 사태는 국민의 생존과 번영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능력이 결여된 박근혜 정권의 총체적 비리와 무책임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다. 민주공화국의 행정이 주권자인 국민의 의지를 반영한 법에 따라 집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기본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정당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른바 비선들이 국가의 주요정책 결정에 적법한 절차 없이 관여하고, 나아가 국가권력을 남용하여 사익을 추구하는 행태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를 더욱 참담하게 만들고 있다. 행정수반이 국정을 비합리적이며 자의적인 기준으로 처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그 측근들이 국가권력을 동원하여 초법적으로 이권(利權)을 추구하는 일은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제 정당한 권위와 신뢰를 상실한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는 분노에 가득 찬 국민들의 목소리에 대답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객관적 진실을 낱낱이 밝혀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진실 은폐와 권력실세 줄서기 의혹을 사고 있는 정치검찰의 수사를 과연 국민들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겠는가? 실질적으로 국민의 신임을 받는 특별검사를 임명하여 독립된 수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할 집권여당은 상황을 호도하고 무마하기 위한 임시방편적 술수를 멈추고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여야를 포함한 정치사회는 하루빨리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고, 국정공백을 수습하여 대선을 치를 수 있는 새로운 정치질서를 마련하여야 한다. 불과 2년 전 우리는 세월호의 비극을 목도하며 우리 자신을 비롯한 각 사회의 모든 지도층들의 뼈아픈 자기반성을 촉구하였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치와 언론, 기업계와 종교계 그리고 학계가 양심과 원칙을 되찾아 한국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물신숭배와 부정부패, 불법과 비리의 질병을 도려내려는 노력을 경주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의 사태를 통해 과연 우리가 얼마나 그러한 노력을 해 왔는지, 오히려 그 병을 악화시키는데 일조하지 않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의 기강을 뒤흔드는 세력이 있음에도 이를 방조한 정치세력들과 오로지 권력에 편승하여 이권을 챙기려 한 집단들은 민주주의의 공동체를 모독하고 그 근간을 뒤흔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어려운 시대, 불투명한 삶의 형편을 걱정하며 하루하루 땀과 노력으로 살아가는 시민들, 특히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에게 한없는 박탈감과 분노를 안겨준 특혜비리의 관련자들 역시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번 사태의 모든 비리와 부패사슬의 정점에는 대통령이 서 있다. 우리는 정치적, 도덕적, 법적 정당성을 상실한 대통령은 즉각 퇴진할 것을 요구한다. 선열들의 피와 땀, 국민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가꾸어온 대한민국 공동체의 가치를 훼손하고 온갖 비리를 선두지휘한 통치자와 그 집단들에게 더 이상 긴박한 국정현안과 국가공동체의 앞날을 맡길 수 없다. 우리는 또한 국가와 시민사회의 기본 이념을 어지럽힌 개인과 집단에 대한 엄중한 수사와 처벌을 요구한다. 헌정을 유린하고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정부의 관료들, 전근대적인 정경유착의 비리를 저지른 재벌은 물론 이번 사태와 관련된 모든 관련 당사자들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광화문을 비롯하여 멀리 해외의 곳곳에서 울려 퍼진 백만 촛불민심의 함성을 경청하고 수용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하며 민주공화국의 질서와 가치의 구현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엄준(嚴峻)한 시대의 소명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