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실종된 안산 단원 고 유모양(17)의 할머니가 텅 빈 집에서 손녀의 구 조 소식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전형민기자 hmj
[email protected] “지금 배가 90도 기울어져 있어. 거짓말 아니고 죽을지도 몰라. 네 옷 다 챙겨와서 미안해”
가라앉는 배 안에서 죽음을 목전에 둔 가난한 언 니는 동생의 옷가지를 챙겨온 게 못내 미안했다.
16일 오전 10시9분께 완전히 기울어진 세월호 안 에서 기초생활수급자 가족의 장녀인 유모양(17) 은 여동생(15)에게 문자를 보냈다. 새 옷은 꿈조차 꿀 수 없을 정도로 빠듯한 가정형편을 잘 아는 언 니는 미안하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다 .
“배가 기울었지만 안전하게 구조될테니 걱정말 라”는 앞선 문자로 위급상황에서도 오히려 엄마 (45)를 위로할 정도로 가족을 아끼고 사랑했던 유 양이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8일째, 유양은 여전히 소식 이 없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생계 걱정은 나날 이 커지고 있다.
23일 오전 안산시 단원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선 유양의 할머니(73)가 주인 잃은 방에서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지난달 초, 생신이라며 찾은 유양에게 쥐어준 마 지막 용돈 1만원을 떠올리며 할머니는 주르륵 눈 물을 흘렸다. 공공근로로 번 돈을 아끼고 아껴 준 용돈이었지만 ‘1만원만 더 줄걸’하는 뒤늦은 후회가 가슴을 파고 들었다. 할머니는 진도로 간 아들(48)과 며느리가 비운 집을 지키며 남은 손주 3명을 돌보고 있다.
여섯식구인 유양의 가정은 형편이 어렵다. 후천 적 장애로 10여년 전 양쪽 다리를 수술한 뒤 지체 장애 4급 판정을 받은 아버지는 대리운전을 했지 만 불편한 몸으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수입은 1 00만원 안팎에 그쳤다.
정부에서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비 94만원을 합 쳐 200만원 남짓이 가족의 한달 생활비다. 엄마는 각종 허드렛일로 일당을 받아 부족하나마 아이들 용돈을 주곤 했다.
하지만 부부가 유양을 찾아 진도로 떠난 뒤 수입 은 사라졌고 할머니는 수도세와 전기세가 벌써 걱정이다. 할머니는 “당장 애들 동아리비 5천원, 6천원씩 줘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큰 손 녀는 바다에 있는데 돈 걱정이나 하고 있으니 할 미 자격도 없소”라며 다시금 눈시울을 붉혔다.
비단 유양 가족 뿐만이 아니다. 세월호에 탄 단원 고 2학년 학생 325명 중 기초생활수급자가 19명, 한부모가족이 19명으로 전체의 11.6%인 38명이 저 소득층에 속해 있다. 경기지역 평균 4.45%의 두배 를 웃돈다.
이들 학생 중 8명이 사망하고 16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여서 이들 가족의 경제적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안산시 관계자는 “현재 이들 저소득 가구에 대 해 쌀과 돌봄지원 등을 벌이고 있으며 사고자 가 족의 현실적 어려움을 파악하고 일상생활에 필요 한 각종 지원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구재원ㆍ성보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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