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작 '부기 나이트' '매그놀리아'로 시작해
현재 '마스터' '팬텀 스레드' 까지
탄복스럽고 놀라운 작품을 만들어 왔던
폴 토마스 앤더슨의 아홉 번째 영화 '리코리쉬 피자'는
'펀치 드렁크 러브'를 떠올리게 하는
사랑영화이면서, 성장영화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이야기 자체는 소품스럽고 미니멀 하지만,
알라나 하임과 쿠퍼 호프먼이 연기한 두 캐릭터들의 동선과
행로 그리고 카메라 쇼트가 어떻게 이들을 비추는지를 보면
결국 엔딩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플롯과 구조를 보여줍니다.
폴 토마스 앤더슨의 자전적인 부분도 많이 들어가 있는데,
1970년대는 폴 토마스 앤더슨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이지요.
'리코리쉬 피자'는 폴 토마스 앤더슨의 말에 따르면
레코드판 가게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LP판의 모형이 피자의 형태와 검정색을 의미하는 리코리쉬(감초)를
연상해서 만든 이름이라고 하는데,
중요한 것은 영화에 '리코리쉬 피자'라는
간판이나 가게 자체가 나오지 않습니다.
홍상수가 매번 영화제목 이름을 짓는 방식처럼
폴 토마스 앤더슨 에게는 이 단어와 어감을 들으면
저절로 자신의 어린시절 향수가 떠올려 진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1970년대는 감독 자신에게 중요한 시대입니다.)
좌에서 우로 이동하거나 우에서 좌로 이동하는
알라나와 개리는 중요한 변곡점에서 마다
서로를 향해 달려가는데 형식적으로 매우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그러다 마지막 '알라나'가 '개리'에게 어떤 말을 하며
끝이 나는데 무척이나 감동적이면서도 달콤하게 전해집니다.
얼핏 전형적인 작법으로 펼친 사랑영화처럼 보이지만,
폴 토마스 앤더슨 답게 정교하게 짜여져 있는 연출과 작법들입니다.
(심지어 여기에 나오는 ost 노래들도 무척이나 좋을뿐 아니라,
영화를 향해 코멘트 하거나 시대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곡들이기도 하지요)
'펀치 드렁크 러브'와 '리코리쉬 피자'는
저에게 이상한 사랑영화이면서 달콤하기 그지없는
폴 토마스 앤더슨의 소품처럼 보이네요.
'팬텀 스레드'까지 얼음장처럼 차가웠던 그의 작품은
여기에선 완전히 감싸안으며 따뜻하게 품습니다.
(결국 그 둘은 극장앞에서 영화자체가 되어 포옹을 하니까요.)
아카데미에서 여전히 홀대 받아왔던 폴 토마스 앤더슨이
이번에는 어떻게 될런지요.
(상 하나 받았으면 좋겠는데.. 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