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내가 처음으로 우리 집에 선풍기 사서 들고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오던 그 시절에는
숙직을 한 달에 약 십일 이상을 했었습니다.
신혼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
지금 생각하면 나도 이런 시절이 있었는데 하며
왠지 가슴을 설레게 하는 오래전의 이야기입니다.
공무원들의 숙직 비는 분기별로 지급 받았었는데
석 달 동안 숙직 비를 모아서 한 번에 받으면
그 돈이 당시로는 꾀 되는 금액이었습니다.
그 돈으로 당시 이름난 전자 제품 럭키금성
선풍기를 사서 들고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집이 좁아서 여름에는 무척이나 더웠지만
그래도 가족들이 더위를 참으면서 살았는데
선풍기가 온 집안을 시원하게 해 주었습니다.
당시 어른들이 말씀하시기를 이렇게 집안 가구를
하나씩 늘리면서 살아가는 것이 젊은 부부들의
세상 살아가는 방법이고 행복이라 했습니다.
요즈음 젊은 부부들은 결혼하는 순간에
가구를 혼수라고 하면서 부족하지 않게
준비하여 신혼생활을 한다고 합니다.
예전처럼 하나씩 늘리는 재미는 없지만
모두 갖추고 마음 편히 출발하는 젊은 부부의
안정적인 신혼생활도 그 나름 뜻이 있을 것입니다.
부모가 모두 갖추어주어서 부족함 없이 사는 젊은 부부
그들을 보면서 내 자식이 지만 간혹은 부럽기도 합니다.
물질이 풍부하고 생활이 낳아지면서 살아가는 방법들도
각자 형편에 따라 각자 취향에 따라 다양해 졌답니다.
세상은 발전을 거듭하고 사람들 생각도 다양해지면서
온갖 것이 편리하게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니
내일은 또 어떤 제품이 편하게 할까 궁금합니다.
힘들게 하나씩 마련하면서 온 가족이 기뻐하던 시대를 살아온
구세대는 그렇게 살림을 늘리던 그 시절을 그립다고들 합니다.
선풍기 하나로도 온 가족이 기뻐하던 세상을 살았었는데 이렇게 편하고 살기 좋은
세상으로 개벽할 줄이야 하면서 세월의 무상함을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아쉬워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