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년간 왕따당한 20대 후반 여성입니다. 화영이 사태를 지켜보며 화영이한테 참 안타까운 점은 화영이 스스로도, 왕따를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유를 설명하자면, 가해자들은 자기들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들은 위에 있으니까, 괴롭힘 당하는 존재보다 우월한 존재니까, 자기들이 괴롭히는 나는 하등하고 못나고 저급한 존재여야 되거든요. 근데 절대로 이걸 "니가 이런저런걸 잘못해서 왕따시키는거야." 라고 대놓고 말하지는 않아요. 평소엔 웃으며 함께 대화를 하다가, 나의 한 마디에 심하게 반응하며 비꼬고 무시하고 얘들이 왜이러지 싶을 정도로 잘해주다가도 이주 사소한 행동 하나에 사람을 벌레보듯 하기도 합니다. 그럼 피해자는 생각하게 되죠. '아 내가 말실수했나?' '방금 한 말이 이상했나?' '내 행동에 문제가 있었나?' 급기야는 "내가 뭔가를 잘못한걸까?" 만을 고민하게 됩니다. 결국 그건 피해자에게는 자책과 자괴감만을 주게 되고, 피해자의 그런 모습을 보며(느끼며) 가해자는 자신들의 행위에 정당함까지 무의식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잠깐 제 경험담을 말씀드리면, (읽기 귀찮으신분은 휠 쭉 내리고 맨 마지막 문단화영이얘기만 읽으셔도...^^;) 저는 못생겼어요. 거울을 볼때마다 인상이 써 질 정도로 참 못생겼는데, 왜인지 고등학교 때 이성으로부터 인기가 많았습니다. 남학생이 학교앞으로 찾아오기도 했고, 점심시간에 밖에 나가서 점심을 먹으면 옆학교 남학생한테 번호따이는 일이 다반사였어요. 어느순간 "아 대체 너같은애 어디가좋다고 남자들이 저러냐?" 라는 비아냥으로부터 시작했던 따돌림은 제 언행 하나하나마다 무시하거나 비웃고, 제 폰을 빌려간 뒤 폰에있는 남자친구(애인아니고 친구)들에게 저인척 욕설을 보내거나, 교과서를 빌려간 후 돌려주지 않거나, 체육복이 사라지거나 지갑이 사라지거나... 같은 철저한 괴롭힘이 되었죠. 근데 웃긴게 겉으론 항상 웃으면서 대하고 밥도 같이 먹고 했다는거... 근데 제가 말만하면 무시하거나 저를 비하하는 발언을 하면서 자기들끼리 무슨 개콘이라도 본거마냥 너무 재밌게 웃거나(그분위기에선 따질수도 없고 그냥 쓴웃음만 지을뿐) 같이있어도 괴롭기만한데, 같이 안있으면 당장 함께다닐사람이 없고 얘들이 날 좋아해줬으면 좋겠다는 그런 심정만 갖게되었거든요... 그런 심정 아시는분 있으시려나ㅠㅠ
지금 화영이를 보면 저랑 너무 겹쳐보여서 안쓰럽고, 실제로 영상 보면서 울기도 했네요. 전 지금도, 남친도 있고 친구도 엄청 많고 사회생활도 잘 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상사가 제 말을 무시하거나 비꼬면 아무리 제 의견이 논리적으로 맞는 이야기고 상사의 말이 그냥 부하직원 사기꺾는 비꼼이라 할지라도 '아 내 의견에 문제가 있었나? 내가 잘못했나?' 라는 생각만 들어요. 니중에 동료들이 제 아이디어가 좋았었다고 아무리 추켜세워줘도 제가 뭔가를 잘못한것만 같은, 죄지은거같은 기분은 떨쳐지지가 않더라구요.
주도자인 효민이(지연이 주도자란 의견이 주를이루지만... 트위터가 얘로부터 시작되었으니 전 얘가 주도자같아요.) '모든 일에는 일어나는 이유가 있다'라는 사진을 프로필 해 두었다는 점에서 전 정말 소름이 끼쳤습니다. 주도자들이 "걘 당할만한 이유가 있었어"라고 합리화할 단계에 있을 정도면, 피해자는 '진짜 나한테 문제가 있나...'를 정말 수천만번도 더 고민하고 고민했을 겁니다. 왕따는 정말 평생 가는건데, 화영이가 저같은 후유증을 겪진 않을지 그게 제일 걱정입니다. 여린 화영이가 본인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제발 그러지 않기를. 너는 조금도 잘못한 것이 없음을. 제발 누군가 화영이에게 진심을 담아 전달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